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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아베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첫 일정으로 ‘안네 프랑크의 집’을 찾았다. 아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약한 유태인 소녀가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2년 동안이나 가족과 함께 숨어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인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사를 겸허한 자세로 대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의 교훈과 사실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고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던 동일인물인지 귀를 의심케 만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유로 일본과 안네의 일기 사이에 깊은 인연이 있다고 강조한 것도 후안무치에 가깝다. 굳이 일본과 안네의 일기의 인연을 찾자면 최근 도쿄 공립도서관 등에서 안네의 일기 300권이 훼손된 사건을 먼저 떠올릴 것이 맞겠다 싶다.

아베 총리가 진심으로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려 했다면 한국이나 중국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동남아에서 끌고 다닌 네덜란드 여성 위안부들을 찾았어야 했다. 아베 총리의 안네 프랑크의 집 방문이 유럽 외교무대에서 ‘강자’인 서방국가의 환심을 사려는 ‘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아베 총리의 행보는 24일 무기급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315㎏ 이상의 핵물질을 슬그머니 미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데서도 드러난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처리 시설 완공을 강행함으로써 핵 능력 고도화 의혹을 사다가 세계 53개국 정상급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마지못해 비확산 체제에 협력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의 ‘혼네(本音·속마음)’와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다테마에(建前·겉모습)’도 그나마 국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렸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총리 취임 후 취해온 우경화 행보로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국내적으로도 기대심리에만 의존한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감과 일방적인 헌법개정 추진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4월1일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은 아베 총리 몰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래저래 수세에 몰린 아베 총리의 진정성 없는 외교행보가 그를 구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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