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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옷 벗을 각오하고 감사제도 비판한 사무관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공직생활 20년을 넘긴 50대 사무관이 감사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서적을 출간해 화제다. 공무원들의 자율성을 꽁꽁묶고 있는 감사제도의 사슬을 풀지 않으면 규제개혁도 공염불이란 것이다.

윤정수(50) 부산해양항만청 사무관은 최근 ‘대통령님 이+세+명으로 바꾸십시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利)+세(勢)+명(名)’은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게 이익(利)과 승진과 같은 보상(勢)을 주고 명예(名)를 높여주자는 뜻이다.

윤 사무관은 “규제개혁은 곧 이권을 뺏는다는 의미로 규제를 개혁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기득권을 뺏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공무원이 규제를 풀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를 윤 사무관은 감사제도로 꼽았다. 그는 “규제를 하나풀면 그것에 대한 감사가 들어오고 그 감사는 나중에 국회의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진다”며 “감사받을 각오하고 규제를 적극적으로 푸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박 대통령 역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공무원들이 감사를 의식해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법령을 해석ㆍ적용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감사원 감사의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다.

윤 사무관은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면 바로 감사라는 딱지가 일 년 내내 따라 다닌다”며 “때로는 새로운 일을 잘 벌이는 사람이 팀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안으로 그는 실패에 따른 면책조항을 마련하고 공무원의 사기를 꺾는 엄격한 부추기는 감사제도 보다 신상(信賞)위주의 보상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무관은 “공무원 감사제도는 근대의 계획경제 하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만들어졌다”며 “법을 개정해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도록 장려하거나 실패에 따른 책임 면제 조항을 넣고 아니면 아예 감사제도를 훨씬 능가하는 신상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직 공무원이 이처럼 과감한 주장을 담은 책을 펴내기가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주변 동료들도 이 책을 펴낸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낀점이 많아 옷 벗을 각오하고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현장에서 체험한 사례들과 해결 방안들이 제도적으로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박 대통령께서 규제개혁을 국정운영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사무관은 지난 1992년 울산해양항만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현재 부산해양항만청에 재직중이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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