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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家, 아시아나항공서 또 형제갈등 조짐...금호산업 지분매각 방식 놓고 1,2대 주주 異見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매각을 결정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회장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박삼구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지만,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는 2대주주로서 잠재부실 가능성을 이유로 지분매각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 442만4598주(12.8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구조조정을 위해 금호산업에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꾼 탓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4월 22일까지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 ‘상호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율을 10% 아래로 낮추지 못하면 27일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안건 처리가 불투명해진다. 상호출자지분이 10% 이상이면 의결권 행사가 금지돼 금호산업의 지분 30%가 무용지물이 된다. 2대주주인 금호석화가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면 박삼구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안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1차로 주총전인 25일까지 161만3800주(4.9%)를 팔아 지분율을 10%로 낮춰 의결권을 되살릴 예정이다. 나머지는 4월 22일 처분한다. 매각가격은 21일 종가(1만2150원)로 총 513억2887만원이다. 방식은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총수익맞교환(TRSㆍTotal Return Swap)이다. 제3세력을 우호지분으로 유치하는 대신 최소 투자수익과 투자손실은 보전해 주는 방법이다. 현대그룹은 우호주주가 보유지분을 팔면 ‘되사야 하는 조건(Put Back Option)’이 있지만, 이번 거래에는 이 조항이 없다. 되살 권리를 갖는다면 사실상 우회보유(parking)가 돼 상호출자 해소가 되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아직 지분매각 상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당초 프랑스 나티시스(Natixis)와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계약상대는 국내 금융기관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현대그룹과 TRS 방식으로 현대상선 의결권을 공동보유하고 있는 넥스젠캐피탈도 나티시스그룹의 일원이다. 나티시스는 2010년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도 도우려했던 곳이다.

이번 거래의 쟁점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보전 위험을 떠안는 데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산이 7조원이 넘고, 매출이 6조원에 달한다. 주가 손실보전 한도도, 매각규모도 최대 513억원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자본총계가 9033억원으로 자본금(9755억원)보다 적은 자본 일부 잠식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주가와 연동한 자금 차입을 했다가 채권단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아시아나항공 투자자로서는 주가와 연계한 계약의 재등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계획대로 25일까지 매각이 성사되면 27일 주총에서 박삼구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안건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율 30%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분매각 조건을 두고 금호석화 측의 문제 제기가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상황도 변수다. 현재 일부 자본잠식인 만큼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 유상증자가 필요해질 수 있다.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해 신규자금 지원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금호산업의 증자 참여 여력은 제한적이다. 반면 금호석화는 자금력이 탄탄하다. 합성고무제조 세계 1위로 자산은 4조2000억원, 자기자본은 1조5530억원(2013년 말)에 달한다. 다만 박 회장에 우호적인 채권단이 금호석유 지분 14.05%를 보유하고 있는 점은 또다른 변수다.

홍길용ㆍ김대연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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