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취재X파일] ‘후원금 0원’ 도전한 역대 의원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제 통장은 마이너스(-)예요. 국회의원 연봉으로 정치도 하고 가정도 돌보기에는 택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저축을 한다는 건 말도 안돼죠. 국회 입성하기 전 모아둔 돈이 있었으니 정치를 하는건데…”

19대 국회에 첫 입성한 변호사 출신의 어느 초선의원의 말입니다. 억대 재력가 출신이 아닌 국회의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의도에선 ‘정치는 곧 돈’이라는 내부 공식이 불가피하단 소리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있어서 정치후원금은 활발한 정치생활을 보장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정치후원금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늘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정치후원금을 지원하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을 압박해 후원금을 헌납받는 꼴불견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어느 피감기관의 과장급 인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살살 다뤄달라’는 의미에서 몇몇 주요 의원들에겐 후원금을 내죠”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만큼 의원 개개인에게 절박한 후원금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의원들이 있습니다.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료 의원들과 달리 아예 후원회가 없는 의원들인 셈입니다. 19대 국회에선 사실상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인 최민희(사진) 의원 1명입니다. 재밌게도 지난 17대에선 무려 14명에 이르는 의원들이 후원금을 포기했습니다.

지난 17대에서 후원금을 포기한 14명의 의원들 중에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절반인 7명. 열린우리당 김혁규ㆍ조성태ㆍ정의용, 한나라당 박세일ㆍ황진하ㆍ유승민,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의원입니다. 다만 김혁규 의원은 의정 활동 기간 사이 있었던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 때 102억12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체 국회의원 중 재산 순위 7위를 기록할 정도로 넉넉했네요.

지역구 의원 중에는 열린우리당의 이상민ㆍ김우남, 한나라당의 이계진ㆍ정종복ㆍ김영덕 의원입니다. 정치관계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의 이상락ㆍ오시덕 의원도 그 전년해에 선거관리위원회에 후원회를 등록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후원회를 두지 않은 데 대해 당시 이계진 의원 측은 “후원금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신세를 지게 되는 것 같고, 지출 씀씀이를 줄여 보니 매달 87만 원밖에 나가지 않습니다”고 설명합니다.


19대 들어선 지난해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현실적으로 후원회를 두기 어려웠던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을 제외하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입성한 최민희 의원이 후원회가 없는 유일한 현역 의원입니다. 지난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13년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에서도 최 의원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제가 후원회 하지 않는다는 게 다른 의원들에게 누가 될까봐 조심스럽긴 한데요, 그런데 세비와 정책개발비를 알뜰살뜰 쓰면서 1년 의정생활을 해보니까 이게 되더라구요”라고 말합니다. 이어 최 의원은 “지역구 관리가 필요 없는 비례의원으로 현재 받는 세비만으로 충분히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는 소신으로 시작하는 이 실험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덧붙이지요. ‘편법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기여한다’는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최 의원은 단 한차례도 연 적이 없습니다. 최 의원은 또 2년 연속 국회 사무처에서 주관하는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에 선정됐습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