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금리인상 논쟁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제로(0~0.25%) 수준인 현행 기준금리를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이는 곧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그는 이날 기준금리의 인상 시점과 관련, “이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양적완화 중단 이후) 아마도 대략 6개월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완전고용에 근접하지 못한 상태이고, 고용 수준이 정책목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고민이 되지 않는 한 기준금리 목표치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는 데다 잠재 경제성장률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Fed는 고용시장 상황,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등 광범위한 정보를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금리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ed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이후 연방 기금금리를 0~0.25%로 유지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옐런 의장의 발언대로라면 초저금리의 인상 단행 시점이 내년 하반기가 아닌 상반기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옐런의 조기금리 인상 암시로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금리)은 0.096%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애초 예상보다 가파르게 올라가 내년 말 1%, 2016년 말 2.2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초점이 양적완화 추가 축소 여부에서 금리 인상 단행 시점으로 옮겨가면서 옐런 의장이 이에 대한 시장 충격을 줄이고자 서서히 군불을 때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옐런의 조기 금리인상 시사에 대해 ‘양수겸장’ 식 금리 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는 Fed가 단기적으로는 매파 성향을, 장기적으로는 비둘파 성향을 취할 것임을 내비쳤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라고 전했다.
FT는 Fed가 지난해 12월 시사한 것보다 앞당겨진 내년 상반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내년 말까지 모두 3차례 상향 조정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새로운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FT는 Fed의 금리인상 장기 추이 언급과 관련해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해도 Fed가 정상 수준으로 판단하는 4%대를 상당 기간 밑돌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웰스 파고 펀드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옐런이 결코 비둘기파가 아니다”라면서 “그는 실용주의자”라고 말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 프라이빗 뱅킹의 스콧 클레먼스 수석 투자 전략가도 “성명 톤은 완연한 비둘기 성향이지만 사용된 (강한) 표현들은 예상외”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장이 ‘큰 그림’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MO 캐피털마켓의 마거릿 커린스 채권 전략 책임자는 “옐런이 그간 비둘기 성향을 보여왔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시장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이타워의 데이비드 몰라르 파트너는 “연준이 골문을 또 옮겼다”면서 그간 금리 조정을 실업률에 연계시켜오던 것을 이번에 사실상 인플레 기대감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TD 시큐리티스의 샤운 오스본 환 전략가도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매파 쪽”이라면서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것이 어디를 가리키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FOMC 회의에서 16명의 위원 가운데 1명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으며, 13명은 내년 중 인상을 예상했고, 나머지 2명은 2016년 금리 인상 단행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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