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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백기투항(?)…크림서 軍 철수, 함정 절반 러 귀속 전망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크림반도의 러시아화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이 크림반도에서 철수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크림반도 내에 배치됐던 우크라이나 군 병력과 관련 민간인 등 모두 2만5000명이 우크라이나 본토로 ‘재배치’됐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크림에서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우크라군 크림서 속속 철수=크림 당국과 ‘자경단’은 우크라이나 군 기지를 공격하고 해군 사령관을 억류하는 등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크림 자치공화국 자경단 본부는 러시아 해군이 임대한 세바스토폴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해군 기지를 떠났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세르게이 가이둑 해군 사령관과 약 50명의 장교가 세바스토폴의 해군기지를 떠났음을 확인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에서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크림 세력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의 투항이 불가피하며, 실제로 상부의 지휘를 받지 못하고 무기도 없어 스스로 부대를 떠나는 군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어를 하는 군인들은 이날 세바스토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해군 기지를 장악하고 세르게이 가이둑 해군사령관과 일행을 억류하기도 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이 심페로폴과 세바스토폴 사이에 있는 바흐치사라이의 우크라이나 해군 수송시설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수백 명의 친러 시위대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우크라이나 해군기지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다 영내로 난입해 부대에 걸렸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러시아 국기로 바꿔달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부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18일 밤 심페로폴 시내의 우크라이나 군부대에서는 우크라 군인들과 현지 친러 무장 세력이 충돌, 우크라이나 군인 1명과 자경단원 1명이 각각 숨지기도 했다.


▶우크라 함정 절반 러시아에 귀속 전망=우크라이나 해군의 흑해함대 소속 함정 절반가량이 러시아에 귀속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는 러시아 해군 제독 출신으로 현재 하원 국방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의 말을 빌려 우크라이나 해군 소유 함정 40여 척 가운데 절반가량이 러시아에 귀속될 상황에 놓인 크림 공화국의 세바스토폴과 도누슬라브 만에 정박 중이며, 이 함정들의 통제권이 러시아 흑해함대로 이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코모도예프는 “크림 반도에 정박 중인 함정들은 우선 크림 공화국 자경대 소속이 되었다가 나중에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흑해함대에 귀속될 함정은 호위함 두 척, 지휘함 한 척, 폭스트롯 급 디젤 잠수함 한 척, 미사일정, 소해정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앞으로 벨벡 해군 항공기지와 연안 방어시설 등 크림반도에 있는 해군 관련 시설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흑해함대는 제정 러시아의 캐서린 2세(예카테리나 여제) 시절인 1783년 5월 창설된 유서 깊은 함대로 부동항인 세바스토폴을 모항으로 러시아 남부 국경선의 중요한 방위망이자 러시아가 흑해와 지중해로 힘을 투사하는 데 절대적인 전략 요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된 이듬해인 1992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함대를 합동으로 운영해오다 1995년 합의에 따라 별도의 함대를 유지해왔다. 양국은 다시 2010년에 러시아 해군이 크림 반도에 최대 30년까지 주둔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 협정을 체결했다.

▶우크라 정부, 크림내 자국민 대피 지원=크림반도내 우크라이나 주민의 신변 안전에 우려가 고조되자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크림 거주 자국민의 대피를 지원키로 했다.

안드리 파루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은 이날 “크림반도에 있는 우리 군 장병과 가족들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우크라이나 본토로 이동시킬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오스타르 세메락 우크라 내무장관 권한 대행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방위원회는 크림을 떠나 우크라로 넘어온 자국민을 모든 지방 정부가 지원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난민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크라 정부는 혹시 모를 대규모 난민에 대한 지원 준비를 끝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방 정부들은 이날부터 크림을 떠나온 난민에게 의무적으로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합병작업 가속도=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 공화국 병합을 위한 법적, 실질적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내각 회의에서 크림 주민들의 연금을 러시아 평균 연금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들에 지시했다.

푸틴은 또 크림반도와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州)를 잇는 케르치 해협 관통 교량 건설 작업을 서두를 것을 지시하면서 이 교량에 도로는 물론 철로도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대륙을 통한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에 대비해 크림과 러시아의 연결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러시아 이민국은 벌써 크림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하원에 크림 병합 조약과 새 연방 구성원 수용 법안 비준을 신청했다. 푸틴은 하루 전 크림 공화국 대표들과 합병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뒤 헌법재판소에 이 조약의 위헌 판결을 신청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원에서 크림 병합과 관련한 문서들이 비준되면 곧이어 상원 심의가 이루어진다. 하원은 20일, 상원은 21일 각각 비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의회 비준이 끝나면 대통령 서명을 끝으로 크림의 러시아 편입 절차가 마무리된다. 현재 추세라면 다음 주안에 크림의 러시아 연방 편입을 위한 법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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