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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다리 정책’ 통신료 인하 도움 안되네
정부 ‘보조금 상한제’ 초강수대책 내놨지만
소비자 이동통신사 선택기준
요금보단 단말기 가격이 좌우

7만원대 갤S4 · 베가 아이언
정부대책후 10만~20만원대로

보조금 틀어쥐면 통신료 하락?
소비자 체감비용은 되레 상승


# 밤 10시 한 홈쇼핑 채널 “옵티머스G를 공짜로 드립니다. 찾아보세요 이런 조건. XX 홈쇼핑만이 가능합니다. 덤으로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서 쓰실 수 있는 상품권도 무려 10만원씩 드려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흔히 들리는 말이다. 스마트폰이 유통가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홈쇼핑 채널에서도 ‘공짜’로 포장한 스마트폰 판매 방송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방송을 보는 사람, 특히 복잡한 IT기기나 스마트폰 판매 구조에 익숙지 않은 주부, 노령층 고객이라면 혹할 만한 내용이다.

“세상에 DMB도 되고 카카오톡도 되고 내비게이션도 되는 스마트폰이 공짜라니. 거기에 상품권도 주고.” 당장 전화기를 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따름이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 시장과열을 해소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정작‘ 휴대폰값할인’을 가장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판매점을 찾은 고객이 휴대폰을 고르는 모습.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상품은 ‘공짜’가 아니다. 오히려 ‘바가지’에 가깝다. 쇼핑 호스트, 그리고 자막을 내보내는 담당 PD가 웬만하면 언급 안 하는 가입조건이 달려 있다. 단말기 대금은 30개월 할부, 요금제는 LTE34 이상 24개월 유지, 할부원금은 18만원이 ‘공짜’라는 말 뒤에 숨어 있다.

같은 시간 인터넷이나 소위 ‘착한’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옵티머스G는 할부원금 0원, 요금제 자유로 팔렸다. 손품과 발품을 팔았다면 2년 동안 단돈 20여만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옵티머스G를 홈쇼핑에서는 무려 80여만원에 팔고 있는 셈이다.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따로 없다.

정부가 나름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이통 3사들의 팔까지 비틀었다. “통신사들이 영업정지 기간에도 보조금 경쟁을 하면 징역 3년 이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등 CEO의 거취와 기업에 직결되는 엄벌에 처할 것”이라는 주무부처 장관의 엄포가 일단 먹혀 들어가는 모습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이통 3사가 발표한 대국민 약속도 소위 ‘호갱님’(바가지 상술에 당한 호구 고객)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너도 나도 같은 스마트폰이라면 같은 가격에 사도록 한 단말기유통법의 자율적 시행이 골자다. 스마트폰을 살 때, 이통사들의 통신요금 가입서와 통상 24개월 할부로 하는 단말기에 대한 계약서를 따로 작성해 통신사들의 요금 할인을 단말기 가격 할인처럼 속여파는 것을 막는다.

소비자들이 매달 내는 요금 할인을 더 받을지, 아니면 초기 단말기 가격을 좀 더 싸게 할지 선택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와 통신사가 모여 보조금을 더 주는 판매점도 단속하겠다며 담합하고 나섰다. ‘황당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사는 고객 양산을 우선 막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통신요금’ 부담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손품발품 팔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자칭 ‘스마트’ 소비자들은 몇 달 전까지 7만원에 살 수 있었던 갤럭시S4나 공짜 단말기의 대명사가 된 팬택 ‘베가 아이언’을 10만원에서 20만원씩 내고 사야 하는 ‘강제 바가지’를 쓸 판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단말기업체들이 스마트폰 출고가를 20만원 정도 내리기 시작했고, 통신사들은 ‘데이터와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으로 고집하고 있는 ‘27만원’만으로는 이통 3사 경쟁이 치열했을 때 나온 가격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가입 기준은 ‘요금’보다는 ‘단말기 종류와 가격’이다. 마케팅인사이트가 2012년 6개월 내 이동통신사를 바꾼 고객 7760명을 조사한 결과, 통신사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단말기 가격(20%)이 꼽혔다.

반면 정부가 ‘보조금을 막으면 내려갈 것’이라 호언장담하고 있는 요금(14%)에 대한 비중은 낮았다. 오히려 데이터의 양과 품질(13%)에 따라 통신사를 옮기겠다는 고객이 과거보다 늘었다.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소형 컴퓨터 격인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해 생긴 달라진 모습이다.

영업정지에도 싼 통신료를 앞세운 알뜰폰 가입자 증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 또 이웃 일본에서 통화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이폰으로 시장 판도를 뒤흔든 소프트뱅크의 성공 비결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통신 3사들의 단말기 보조금이 부쩍 강화된 것도 이런 소비자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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