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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ENS 대출사기 연루 금감원 간부, 해외 골프접대에 6억 땅까지 받아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금융권을 뒤흔든 3000억원대의 ‘KT ENS 대출사기’ 배후에는 금융감독원 간부가 있었다. 해당 간부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 소속 김모(50)팀장이다. 그는 10여년간 대출사기를 벌인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과 친분을 쌓으며 수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팀장은 ‘보답으로’ 엔에스쏘울 전모(49)씨에게 금감원의 조사내용을 알려주고 해외로 달아나도록 도와줬다.

금감원은 이달 초 감찰조사에서 김 팀장의 비위사실을 발견했다. 금감원은 김 팀장을 직위해제하고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한차례 김팀장을 불러 조사한 경찰은 김 팀장을 형사입건할 계획이다.

19일 금융감독원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팀장은 KT ENS의 협력업체인 중앙TNC 서모 대표(구속) 등과 2005년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서씨와는 같은 대구출신으로 함께 어울려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는 등 가깝게 지내왔다. 2008년에는 함께 필리핀 골프여행도 다녀왔다. 김 팀장은 가족이 외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로 해외 송금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땅도 받았다. 김 팀장은 서 대표가 2008년 230억원을 들여 구입한 경기도 시흥 농원의 지분 30%를 무상으로 받았다. 현재 시가로 6억원에 달하는 땅이다. 당시 김 팀장은 1억원을 투자했다가 1주일 뒤 회수했지만 지분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 팀장은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한 지난 1월 29일 서 대표 등 협력업체 대표들과 통화하며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이틀 뒤에는 직접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협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의 해외도피도 도와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으로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성과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 업무의 수행과정에서 벌어진 업무상 과실도 아니고 직원이 뇌물을 받아가며 피조사자의 도주를 도왔다는 것은 감독당국으로서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비도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추가 연루자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서 추가 연루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작년 동양사태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부터 시작해서 최근 카드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문책론까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금융당국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 속에서 터진 것이어서 금감원 내부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다고 장담했다가 검찰 수사결과 외부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자 민주당 등 정치권으로부터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자를) 징계면직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며 향후 유사사례 발생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자본시장의 불공정 사건 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이은 사건 사고로 금감원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서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KT ENS 납품업체들이 허위 매출채권을 통해 금융사로부터 받은 부정대출 규모는 총 1조8335억원이며 이 중 아직 상환되지 않은 대출금이 2894억원이다. 하나은행 한 곳에서 이뤄진 대출 규모만 1조원이 넘는 등 총 16곳의 금융사들이 사기를 당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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