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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천억 대출사기에 금감원 직원 연루…증폭되는 3대 의문
[헤럴드경제=신소연ㆍ황혜진 기자]KT 협력업체 대표가 수천억원을 대출받은 이른바 ‘KT ENS 대출 사기’사건에 금융감독원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사기를 막는 ‘방패’가 돼야 할 금융당국이 사기를 주도한 ‘칼’이 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직원이 대체 어디까지 연루됐는지, 공모나 배후가 있는지 등 또다른 의문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금감원 직원, 어디까지 연루됐나=금감원은 최근 자체 감찰을 통해 자본시장조사국 소속 김모(50) 팀장이 이번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했다. 금감원은 김 팀장이 대출사기 주범인 전모(49)씨 및 서모(44)씨와 자주 어울리며 골프접대는 물론 수억 원 대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확인, 김 팀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팀장이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기 직전 전씨에게 알려 해외도피를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전문가가 아닌 전씨 등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대출채권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김 팀장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김 팀장을 형사입건 후 뇌물수수 및 직무관련 비밀 누설, 범죄자 해외도피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모나 윗선 더 있나=금감원은 자체 감찰 결과 김 팀장의 단독 비위로 판단, 김 팀장의 비위 사실만 대검에 통보했다. 김 팀장이 감찰 과정에서 단독으로 골프 및 향응을 접대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독 범행 여부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 수천억 원의 대출 사기 과정에서 수억원대 향응이 오갔는데 팀장급 직원이 혼자 가담했다는 점은 납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이 금감원 내 김 팀장과 공모한 직원이 있는지, 배후에 윗선이 개입됐는지를 수사대상에 포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찰은 김 팀장을 소환해 금감원 내 공모 여부를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범들 가운데 금융권 인사와 접촉한 사람이 해외도피 중인 전씨라고 알려진 만큼 전씨를 소환한 즉시 금융권 인사 연루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미상환 대출금에 대한 자금추적을 통해 일부 자금이 금융권 인사에 흘러갔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은행들, 여신 관리 제대로 했나=하나은행 등 피해 금융회사 16곳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정교한 위조 서류 때문에 속았는지, 아니면 여신관리를 제대로 못 해 생긴 일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은행들이 1회 매출액이 10억~50억원 상당인 세금계산서 수백 장이 금융기관에 제출됐는데도 세무당국에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여신관리 소홀로 밖에 는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KT ENS 내 휴대폰 단말기 취급부서가 모바일사업팀인데도 시스템영업개발부 직원 김모(51) 부장의 매출채권양도승낙서를 맹신한 점, 매출채권양도승낙서 등이 KT ENS 내부 서류와 형식이 다른데도 이를 확인 못 한 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피해은행 16곳에 대해 대출한도 승인 규정 준수 여부는 물론, 매출채권담보의 진위 확인과정의 적정성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T ENS 대출사기는 금감원이 먼저 터트려 금감원의 성과인 듯했지만 결국 내부 직원의 연루로 퇴색됐다”며 “대형 금융사고에 이어 내부직원 비위까지 터져 감독당국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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