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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적 어프로치’, 朴대통령엔 안 통한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ㆍ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선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좌중엔 웃음이 번졌는데 박근혜 대통령만 얼굴에 미소를 싹 지우고 정색을 한 채 말을 이어갔다.

“정말 그렇게 되면 안돼요.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해요. 회의 때만 이야기가 돼서는 안 되고 확실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것도 안하고 다른 규제 또 완화하겠다고 하면 그거 믿을 사람 누가 있겠어요?”

이 발언은 회의에 참석한 풍력발전 사업체 대표가 규제개혁에 대해 “여기서는 잘 진행된다고 말씀하시는데, 나가서도 잘 지켜질지…”라고 뼈있는 농담을 한 데 대한 박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분위기상 웃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진지하게 말씀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 에피소드는, 유머를 좋아한다는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관한 한 허투루 넘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민ㆍ관에 충분히 심어준 걸로 청와대 안팎에선 분석한다.

박 대통령이 애초 17일 열기로 했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오는 20일로 연기하고 회의 이름도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로 확대한 걸 놓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박심(朴心)’은 관료적 접근이 아닌 규제 수요자, 즉 민간에 쏠려 있음이 확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국무총리가 주재하던 걸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한 규제개혁장관회의인 만큼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2일에 있었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풍력발전 업체 대표의 발언이 대통령에게 규제개혁의 시급함을 더 확실히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의 각종 규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의 참석이 확 늘어나게 됐다. 원래 4명의 기업인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었지만, 10명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인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의 얘기를 폭넒게 듣자는 의도에서 회의도 점심 시간이 끝난 오후 2시부터 하기로 했다“면서 “회의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발언하는 기업인 숫자도 배 가량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민간 의견 중시 방침에 따라 대한상의ㆍ중소기업청ㆍ국무총리실로 구성된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은 이번 회의에 참석시킬 기업인ㆍ민간 전문가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5대 서비스산업 등의 대표자를 통해 규제로 인한 갖가지 애로사항을 생생하게 듣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주요 국정 운영 측면에서 ‘관료적 어프로치’에 퇴짜를 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도 자신이 직접 대국민 담화문을 밝히는 걸로 막판에 계획을 바꿨다.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주요 내용을 국민에게 알릴 예정이었지만, 핵심 과제의 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이를 확 줄여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였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경제와 규제개혁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만큼 공무원의 접근 방식을 뛰어넘는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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