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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 푸드] ‘저탄소 농산물’ 지구를 지켜라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유난히 따뜻한 겨울이었다. 봄의 문턱을 갓 넘은 지금, 한껏 따스해진 봄바람이 예년만큼 반갑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사계절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계절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계절농사’를 하는 농민의 체감도는 더 심하다. 원유 농가는 원유 집유 시기가 빨라지면서 남아도는 우유와 분유 재고에 골치를 앓고 있다. 월동채소는 ‘풍년의 역설’에 제값 받기도 어렵다. 모두가 아우성이다. 모두 ‘지구 온난화’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 30년 새 서울의 겨울은 17일이나 짧아졌다.

최근 우리 밥상에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소비자 윤리’가 우리네 안방 식탁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 ‘착한 소비’가 지구를 살린다… 식탁에 찾아온 ‘소비자 윤리’

알면서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환경운동이다. ‘지구를 살린다’는 구호는 마냥 거창하고 꿈 같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감축도 마찬가지다. 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생활 온실가스 배출까지 신경 쓰는 건 쉽지 않은 일. 결국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모여 지구가 보내는 위험 신호를 방치하는 셈이다.

여기,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릴 방법이 있다. 어렵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다. 조금만 신경 써서 밥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만으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구를 살리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 ‘저탄소 농축산물’로 차려진 밥상이 그 답이다.

‘저탄소 농축산물’은 생산 전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와 농자재 투입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농산물을 정부가 인증한 생산물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시행, 현재(2013년 말 기준) 34개 농업경영체가 인증을 받아 저탄소 농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저탄소 농축산물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는 탄소표지제와는 다르다.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는 탄소성적표지제도와 달리,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은 저탄소임이 확인된 품목에 ‘인증’을 부여한다.

인증을 받은 농가에는 정부가 홍보 브로셔 제작과 유통기관 연계 판촉행사 등 유통ㆍ마케팅 부분 컨설팅을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향후 인증 혜택 부여를 위한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저탄소 농축산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지구를 살리는 데에만 있지 않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는 친환경 인증, GAP(농산물 우수 관리 인증) 등 농식품 국가 인증을 획득한 농가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 저탄소 농축산물은 이미 먹거리 안전성이 입증된 ‘좋은 먹거리’인 셈이다.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은 여기에 더해 환경을 보호했다는 의미의 프리미엄 인증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전한 농축산물을 먹을 수 있어 좋고, 거기에 ‘착한 소비’까지 할 수 있으니 마음도 즐겁다.

▶농가도 즐거운 저탄소 농법… CO₂도 줄이고 비용도 줄이고

저탄소 농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탄소 감축을 위한 ‘저탄소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그중 현재 인증을 받은 농가가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은 ‘최소 경운, 부분 경운’ 농법이다. 농산물이 자랄 곳이나 필요한 부분만 밭을 갈아 농산물을 재배하는 방법으로, 밭을 갈 때 사용하는 농기계와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농기계 사용이 줄어드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덩달아 줄어든다. 토양을 갈지 않으니 퇴비ㆍ비료도 덜 주게 돼 부차적인 온실가스 절감 효과도 있다. 

이길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물관리를 잘하면 땅을 가는 것과 갈지 않는 것은 차이가 없다. 하지만 땅을 깊게 갈고 비료를 많이 줘야 잘 자란다는 우리나라 영농 관행을 깨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경운을 안 한 땅은 딱딱해 모종을 심었을 때 뿌리가 잘 내려가지 못한다. 물을 듬뿍 주며 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농가의 비용 부담도 준다. 해마다 귀농인구가 늘어나는 요즘, 농사를 시작하는 이들이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 트랙터다.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에 이른다. 밭을 갈지 않으면 트랙터를 쓰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노동력도 줄게 돼 설비와 인건비를 평균 10~20% 절감할 수 있다.

논에 바로 볍씨를 뿌리는 직파 농법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최소 경운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앙기를 쓰지 않아도 되고, 노동력으로 인한 인건비도 준다. 잡초 관리가 힘든 것이 단점이지만 초기 관리만 잘하면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잡초 관리를 잘못해서 포기하는 농가들이 있지만 잘하는 농가들은 오히려 계속해서 직파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며 “우렁이를 잘 쓰거나 초기 제초제를 잘 쓰면 초기에 잡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첫 걸음

저탄소 농축산물의 청사진은 소비자에게는 더 좋은 농산물을 로컬에서 공급하고, 농가에는 비용 절감을 통한 농업경영 효율화를 실현시켜 궁극적으로는 저탄소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 좋고, 농가는 고품질의 제품 생산과 소비 증가로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으니 ‘1석 3조’라 말할 만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역할이다. 소비자의 구매가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좋은 먹거리에 대한 소비와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당부한다.

지구를 살리는 첫 걸음은 작은 소비, 작은 변화에서 출발한다는 조언이다. 김승동 농림축산식품부 기후변화대응과 사무관은 “매일 먹는 밥상 바꾸기는 국민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인증제가 활성화될 경우 소비자가 손쉽게 온실가스 감축을 생활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인증제가) 활성화가 될지는 현 단계에서 확언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알고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며 “어려운 부분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윤리적인 소비를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사진1> 참고 사진

<사진2>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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