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돈에 지배’ 된 법조인 출신들
일부 법조인 출신 적격성 논란
기업 사외이사로 법조인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이 오히려 ‘기업 파수꾼’이라는 사외이사제도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10대 재벌그룹이 선임한 사외이사 126명 중 판사ㆍ검사ㆍ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은 16명(12.8%)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부터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고, LG전자에는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이 2012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오세빈 전 서울고법원장과 이태운 전 서울고법원장을 사외이사로 다시 들인다.

하지만 법조인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바람막이’ 역할만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해도 기업의 주요 안건에 대해 이들 사외이사가 반대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거수기’ 사외이사의 병폐는 동양그룹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현재현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을 법조인으로 선임했다. 동양증권의 경우 김재진 전 부산고법원장 등 5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서울대 동문이었고, 4명은 같은 단과대 출신이었다. 4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던 이들은 동양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1년여간 회사 안건에 대해 단 한 표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어떠한 견제 역할도 하지 못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사외이사는 전문성보다 독립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제도”라며 “경영진을 감시하는 대신 경영진을 돕기 위해 선임하는 것은 사외이사제도 자체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조인에게 기업을 견제할 만한 전문성은 없지만 ‘법의 지배’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법조인 출신이 무조건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명패만 걸어놓고 ‘기업에 지배’돼가는 모습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