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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학기 증후군, ADHD가 원인일 수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첫 달은 아이도 학부모도 긴장하는 시기이다. 입학생에게는 낯선 학교 환경부터가 도전이고, 기존 학생들에게도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고 학년이 올라가는 부담이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내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른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문제인 새 학기 증후군에 대한 염려이다.

이 무렵에는 병원을 찾는 환자와 학부모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학기 첫 한 달이 지나고 이루어지는 학부모 면담에서 담임교사로부터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수업 중 의자에 잘 앉아 있지 못하고 자주 움직이는 것이다. 이는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이로 인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습 능력도 뒤쳐지기 쉽다.

한편 ADHD 증상이 반드시 과잉행동 및 충동성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ADHD 중 ‘조용한 ADHD’라고 불리기도 하는 주의력결핍 우세형은 과잉행동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ADHD를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유형의 아동은 딴 생각을 하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많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못하는 편이다. 이렇게 조용한 ADHD이거나 혹은 경계 수준에 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고 학교생활은 어떤지 충분히 대화할 필요가 있다.


손석한 박사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한편 증상을 조기 발견하여 상담과 진단을 받은 후에도 치료를 더디게 하는 걸림돌이 있다. 일부보호자들은 여전히 ADHD를 질환이 아닌 성격이나 양육방식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이와 애착 형성을 잘 하지 못하고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자책한다. ADHD를 질환으로 인식한다 하더라도 진료기록 노출에 대한 우려, 아이에게 정신과 약물을 복용시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등의 이유 때문에 약물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ADHD는 뇌 안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저하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신 없이 떠들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아이도 자신의 행동과 주의력 결핍을 인지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무리 선생님이나 엄마나 주의시키고 훈육한다고 해도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ADHD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가 기본적으로 권고되는 이유이다.

ADHD 약물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켜 뇌가 집중효율성과 실행기능을 원활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신경망을 활성화시키고 신경 발달을 촉진시킨다. 약물치료는 약 70%의 환자에 효과를 보이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며, 약물치료를 통해 뇌의 기질적인 정상화를 도모하면서 동시에 정서 사회적인 발달을 촉진하는 심리치료, 미술치료, 인지치료 등이 병행될 때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병원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내 아이가 ADHD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거나 약물치료를 거부하던 부모들도 마침내 병원을 찾게 되는 이유는 아이의 삶의 질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산만하게 행동하여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친구들과도 못 어울리고 무시당해 마음에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ADHD는 아이의 삶의 질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인들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병이다.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과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학기 초 아이의 학교생활을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관찰하여 문제 행동을 조기 발견하는 것은 올바른 치료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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