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회생 앞둔 르노삼성노사 ‘불신의 늪’
현장에서서상범 산업부
“2년 동안 임금동결하고 열심히 일했어요. 회사도 희망퇴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 믿고 일했는데….”

지난 13일 서울 가산동 르노삼성자동차 본사 앞. 40여명의 르노삼성 간부급 직원들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회사 측은 희망퇴직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르노삼성이 지난 7일 간부급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뉴스타트 프로그램’에 반발해 부산에서 상경한 간부급 직원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퇴직할 경우 퇴직금과는 별도로 기준 급여의 30개월치를 추가로 지급하고 창업이나 영업직 전환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장 근로자 기장급(과장급) 직원이 대상이다. 사실상 희망퇴직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 만난 고용환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회사 측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고 위원장은 “2012년 희망퇴직으로 800여명의 동료들이 회사를 떠난 이후 남은 직원들이 뼈를 깎는 마음으로 일을 해 회사를 살렸지만 회사는 우리를 배신했다”고 말했다.

실제 르노삼성의 현장 직원들은 임금 동결은 물론 30%가 넘는 근무 강도 강화를 감수하며 회사의 생존을 도왔다. 노조 측은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고통을 감내한 직원들에 대해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가혹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최후의 경우 산별노조 가입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르노삼성의 생산직이 2000여명인데, 공장 라인의 일정 구간을 관리ㆍ감독하는 기장급 직원이 500여 명에 달해 생산성 차원에서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1700억원의 적자를 낸 르노삼성은 지난해에는 361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는 QM3의 판매 호조와 함께 닛산 로그의 후속모델 생산을 부산공장에서 맡는 등 회생을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하지만 회생을 앞두고 노사의 신뢰문제가 대두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낄 전망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신뢰가 없이는 어떤 일도 제대로 행할 수 없다는 공자의 격언이다. 당장 오는 4월 예고된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어떻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지가 주목된다. 

tig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