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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년전 日 상술 ‘화이트데이’ 때문에 잊혀진 것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3월14일을 ‘화이트데이’라고 부르는 게 ‘안타까운 대세’가 되었지만, 그 근원을 찾아보면 1958년 일본 제과회사의 상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주는 날’이라는 화이트데이는 남자를 봉으로 만든다는 흥미로운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화이트데이때 남자의 선물구매액이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왜곡된 ‘발렌타인 데이‘때 여자의 선물 구입액에 비해 30%이상 많았다. 온통 사탕류,초코렛류,귀금속류 선물 얘기가 3월14일을 장식하는 건 참 많이 아쉽다.

3월14일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자취가 많이 새겨진 날이다. 1879년 이날 아인슈타인이 탄생했고 1905년 EPL의 강자 첼시가 출범했다. 1883년엔 칼 맑스가 1963년엔 ‘표본실의 청개구리’의 염상섭이 사망했다.


3월14일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성은 원주율(π) 3.14 숫자에서 본따 수학자, 수학 애호가들이 수학의 의미를 대중들과 공유하는 ‘파이데이’라는 점이다. 원(圓)은 동서고금, 우주, 태양, 지구 등을 상징하고, 평화, 균형, 포용, 배려, 전부, 크다, 팽창 등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반지름과 원둘레의 크기가 일정한 비율로 비례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자기 나름의 원주율 계산 프레임<사진>을 만들어 지구상 최초로 3.14를 계산해 낸다. 그로부터 300년후인 서기 150년경 프톨레아미우스가 3.141를 밝혀냈으며, 5세기 중국의 조충지는 소수점 6자리까지, 이어 1896년 네덜란드 수학자 루돌프 판 퀼런이 소수점 35자리까지 계산했다. 루돌프의 계산법은 아르키메데스와 다르지 않았다. 독일에선 원주율을 루돌프의 수라고 부른다. 


파이(π)는 ‘둘레’를 뜻하는 그리스어 ‘περιμετροζ’의 머리글자로 1706년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존스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영화 제목에도 등장했던 유명한 수학자 페르마<사진>의 원주율과 소수의 법칙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갔던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1736년 자신의 저서에서 사용하면서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198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과학관의 물리학자 래리 쇼가 3월 14일을 기념일로 제안했고 2009년 미국 의회가 국가 기념일로 인정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년 3월14일 1시59분에 원주율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를 연다. 메사추세스 공대(MIT)는 전통적으로 대학 입학통지서를 파이데이에 보낸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델 태블릿을 3.14%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과학박물관에서는 거대한 파이를 앞에두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면 3.14바퀴를 돈다.

국내에서는 2003년 포항공대 수학 연구동아리인 ‘마르쿠스’가 재학생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파이데이 이벤트를 연 것이 파이데이를 알리는 중요한 전기가 됐다. 소수점 이하 100만자리까지 π의 값을 게시하고 연속된 숫자중 생일이나 학번, 휴대폰 등 자신과 관련있는 번호를 찾아내면 상품을 주기도 했다. A4 용지에 인쇄한 100만자리 π의 값은 가로 15m, 높이 3.3m의 학생회관 한쪽 벽을 가득 메워 장관을 이뤘다.


π를 소수점 아래 30자리까지 나타내면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이다. 한때 학생들 사이에 얼마나 더 길게 외울 수 있는지 내기 거는 것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일본 제과사의 60년전 상술을 아직도 따라하는 것은 발랄 참신 패기의 2040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동그라미의 날’ 3월14일을 보다 의미있고 알차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뜻있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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