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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 파일>선배님 이번 선거는 후배한테 양보하시죠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우리 사회에서 뗄 수 없는 인연 중 하나가 학연입니다. 지나치게 학연에 의존하는 게 문제라고는 하지만 인맥을 쌓는 경로 중 학연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면 그 인연이 더욱 끈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고등학교 동문 사이인데 껄끄러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6ㆍ4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입니다. 상대 당에서 최종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당에도 떡하니 선후배 사이인 후보자가 자리 잡고 있으니 참 얄궂은 동문 인연입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입니다. 현재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는 8명으로 이 중 3명이 경복고등학교 출신이죠. 41회 졸업생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가장 선배고 같은 당 원혜영 의원은 45회로 졸업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출마를 선언안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58회로 대선배들과 맞붙게 됐습니다. 

경복고 출신 경기도지사 출마자들. (왼쪽부터) 김진표 의원, 원혜영 의원, 남경필 의원.

김 의원과 남 의원의 기수 차이는 무려 17기나 됩니다. 그래서인지 선배들을 향하는 남 의원의 자세가 매우 깍듯합니다. 남 의원은 최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김진표 선배님, 원혜영 선배님은 같은 고등학교 선배님들이다. 제가 인격적으로 참 존경하는 분들”이라며 예우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한참 후배인 그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현재 남 의원은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과 원 의원 둘다에 앞선 상황입니다.

부산 지역에서도 고교 동문 간 한판 싸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부산시장 입후보자 중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세 명의 출마자들은 공교롭게 경남고등학교 출신입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19회 졸업으로 가장 선배고,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1회,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이 25회 졸업생입니다. 

경남고를 졸업한 부산시장 후보자들. (왼쪽부터) 권철현 전 주일대사,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서병수 의원.

이들이 나란히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모교인 경남고에서는 20년 만의 부산시장 배출을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1995년 민선 1기 문정수 전 시장 이후 마산고등학교 출신의 허남식 현 시장이 부산시정 10년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특히 경남고 출신 3인방은 모두 지난 달 경남고 동문회인 덕경회에 참석하기도 하는 등 애교심을 놓고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경기와 부산은 서울, 인천과 함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나서며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판도를 예상할 수 없는 격전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여기에 주요 후보자들이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점을 알고 보면 이번 선거를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요.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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