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해킹ㆍ사기대출에 가입자 이탈까지...황창규 KT 100일 개혁 흔들린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취임 한 달을 갓 넘은 황창규 KT 회장이 연이은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1조8000억원 대의 금융대출 사기에 계열사 직원이 적극 가담한 사건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1200만 가입자 정보가 해킹당했다. 또 45일이라는 사상 최장기간 영업정지도 다음주부터 예고됐다.

이 사이 황 회장 취임 이후 빠져나간 이동통신 가입자는 10만 명에 육박했다.

7일 KT 직원들의 출근길은 무거웠다. 전날 경찰에서 발표한 해킹 사건과 관련, 1200만명이라는 피해 규모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은 배가된 모습이다. KT의 한 직원은 “말 그대로 초토화 됐다”며 어두운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월 말 신임 황창규 회장의 취임과 함께 전열 재정비를 노렸던 KT에게 일련의 사건사고는 큰 걸림돌이다. 자회사 직원이 외부 협력사와 손잡고 수년동안 허위 매출 명세서를 발급, 1조2000억 원이 넘는 금융사기를 벌여도 인지 못했던 일, 또 1년 가까이 자신들의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던 것 모두 내부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인사, 조직 개혁보다는 큰 틀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주력해왔다. 전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및 업계 수장들과 만나 “가입자 유치 전쟁 때문에 다른 사업을 할 여력이 없고 글로벌 시장으로도 나아갈 수도 없으며 이런 식으로 하다간 IT 사업에는 미래가 없다. 보조금 근절 없이는 IT 강국의 비전도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장의 가입자 이탈을 막는 근시안적인 경영 형태에서 벗어나, 큰 그림에서 새 시장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의미다.

KT는 27일 서울 우면동 종합기술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황창규 내정자를 신임 최고경영자로 추대했다. 황창규 KT CEO 내정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사건사고는 황 회장의 경영 전략에 변화를 줄 전망이다. 우선 외부 인사 영입보다는 KT 출신들을 중용해왔던 황 회장의 인사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의 수혈을 통한 강도높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일련의 사건사고를 통해 황 회장이 재인식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자발적 개혁을 내부에 주문했고, 이를 직원들은 ‘100일 작전’으로 받아들이며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한 때 늘었던 새벽 출근족 간부, 그리고 구내식당 시스템 변화도 어느 새 흐지부지 사라졌다. 

또 당장의 가입자 이탈을 막는 것 보다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주력하겠다는 황 회장의 큰 그림도 당분간은 펼치기 어렵게 됐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전쟁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한 지난 1월과 2월, KT는 모두 8만3700여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잃었다. 이제 단 1만 명의 고객만 타사로 번호이동을 하면, KT의 자존심이자 마지노선인 시장 점유율 30%도 무너질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킹 사건은 가입자들에게 KT를 회피하는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영업정지 기간 동안 대규모 가입자 유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황 회장이 취임 이후, 외부 노출을 피하면서도, 전국 일선 영업 현장을 먼저 챙겼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