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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반도 ‘러’ 귀속 결정에 美 흑해에 구축함 급파…우크라이나 무력충돌 위기 고조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와의 합병을 결의한데 대해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서방이 강력 반발하는 등 크림반도를 둘러싼 전운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군이 사실상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한 가운데, 미국은 폴란드 등 발틱해 국가에 전투기 18대 배치하고, 흑해에 구축함을 급파하는 등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크림 공화국 의회가 합병을 결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러시아 의회도 크림 귀속 결정이 나오면 이를 받아들이는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 정부는 크림의회의 러시아 귀속 결의는 불법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크림 자치공 분리투표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우크라이나 크림에 자국 군대를 배치하고, 우크라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본격 착수했다.

▶크림 의회, 16일 합병 찬반 주민 투표=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크림 의회 공보실은 이날 “의회 비상총회를 통해 크림이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들어가고, 이달 16일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결의에는 100명 재적 의원 가운데 78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크림 의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의회에 러시아 크림을 러시아연방으로 받아들이는 절차를 밟아달라고 결의했다.

결의안이 채택되자 의사당 밖에 있던 약 5000명의 친러 시위대는 환호하며 지지를 표시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크림 자치공화국에 속하는 남부 도시 세바스토폴 시 의회도 이날 공화국 의회 결정대로 16일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귀속에 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세바스토폴시는 주민투표에서 ’스베스트폴시가 러시아 연방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찬성하는가‘,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 연방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찬성하는가‘ 등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 자치공화국 부총리 루스탐 테미르갈리예프는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편입 결정이 내려지면 크림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를 사용하는 루블존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의 병합 결의를 채택했다는보고를 받고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가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귀속 요청과 관련, 앞서일부 의원들이 제출해 놓은 외국 영토 병합 절차 간소화 법안을 내주 검토할 것으로전해졌다.

▶우크라 정부, 크림의회 결의는 명백한 불법=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은 6일(현지시간)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결의한 러시아로의 귀속은 무력 위협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크림 공화국 의회의 귀속 결의가 알려진 직후 투르치노프는 측근들에게 “크림 공화국 당국은 자치정부와 의회를 포함해 모두가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그들의 모든 결정도 무력 위협 속에서 강요당하고 있어 불법”이라고 말했다고 우니안(UNIAN)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투르치노프는 현재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 성명을 준비 중이며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크림의 러시아 편입에 관한 결의를 채택한 것과 관련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분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실시라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불법적 결정”이라며 “러시아에 분리주의를 주창하는 자들을 지지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러시아군의 크림 주둔에 항의하는 외교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예브게니 페레비이니스 외무부 공보국장은 브리핑에서 “5일 저녁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러시아 군이 크림의 흑해함대 기지 밖에 배치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것을 요구하는 외교문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크림 자치공 분리투표는 국제법 위반=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크림 공화국의 미래를결정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과도 정부가 관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우크라이나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일치단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인 해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해관계를 모두 존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유럽 내 동맹국들과 상황을 진전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분명하게 말하건대 크림 공화국의 주민투표 계획은 우크라이나 헌법상 전적으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크림 반도에 대한 군사 진입 등에 연루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개인 및 단체를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에 서명하는 등 본격적인 후속 조치에 나섰다.

국무부는 또 이날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연루된 러시아의 관료 및 개인에 대해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 美ㆍEU 우크라 개입 러시아 제재 본격 추진= EU 28개국 정상들은 6일 브뤼셀에서 회동,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 점거한러시아의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EU 정상들은 회의에서 러시아와 비자면제 협상을 잠정중단하고 아울러 경제협력을 위한 대화도 유예할 것을 결정했다.

EU 정상들은 또 러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러시아가 위기 해소를 위해 즉각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등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연루된 러시아의 관료 및 개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크림 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이나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크림 반도에 있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을 주요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한 당국자는 설명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조치에 앞서 러시아와 양자 무역·투자 협상을보류하고 군사훈련이나 회담 등 국방관련 협조도 중단키로 결정했으며,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 8개국(G8) 회원국이 오는 6월 소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 작업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 합병을 기도하는 것을 비난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 및 무역 제재 방침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방침이다.

▶美, 발틱에 전투기 18대 배치…흑해에 구축함 급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6일(현지시간)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촉구하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어떻게든 보전하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가 냉전 종식 이래 유럽 안보에 최대 위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소중하고 오랜 동반자”라며 “지금 같은 어려운 순간 나토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 국제법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위기가 우크라이나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며 유럽-대서양 지역 전체의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라스무센은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한발 앞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무력시위에 나섰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발틱해 국가의 공중순찰을 위해 전투기 6대를 라트비아에 보냈다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지난 24시간 내 F-16 전투기 6대가 현지에 착륙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군은 F-16 전투기 12대를 훈련 명목으로 폴란드에 파견한다고 폴란드 언론이 보도했다.

언론은 F-16 전투기들이 오는 10일 폴란드 중부 라스크 공군기지에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날 미국 국방부는 이웃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해 폴란드와 방위훈련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또 미국 핵추진 미사일 구축함 트럭스턴이 그리스 크레타 섬 수다를 출항해 흑해로 항진 중이다.

미국 해군은 성명을 내고 “트럭스턴함이 루마니아, 불가리아 해군과 연합훈련을하고자 흑해로 가고 있다”며 “흑해에서 트럭스턴함이 항구를 방문하고 예정대로 정례 연합훈련을 한다”고 전했다.

흑해에 배치한 미국 군함은 호위함 테일러가 유일하나 현재 터키 삼순항에서 수리작업을 하고 있다.

트럭스턴함은 핵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의 일원이며 지중해를 관할하는 해군 제6함대 소속이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우려하는 중-동유럽 국가들을 안심시키고 러시아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자국 제재 나선 美·EU 비난=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무리한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간여한 러시아 관료 및 개인에 자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동한 것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협박”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이날부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위협하는 활동에 관여한 러시아 관료 및 개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첫 행정 조치를 취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을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에 서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이 미국 입국이 금지된 러시아 인사 명단이 아직 작성은 것은 아니며 이와 관련한 지시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럼에도 이는 주요8개국(G8)이나 러시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위원회 활동 중단과 유사한 협박”이라고지적했다.

라브로프는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과 관련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달 21일 협정(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기존 우크라이나 야권 지도자들 간 정국 위기 타개 협정)의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하고 그 뒤 대선이 실시돼야 하며 동시에 (각계 정파가 모두참여하는) 거국 내각이 구성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어 “또 중요한 한 측면은 모든 정치 과정이 우크라이나 전 지역의 동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크림과 동남부주(州)들의 우려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EU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와의 비자면제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조치를 비판했다.

루카셰비치는 “EU가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조만간 러시아와의 비자면제 협정 협상을 잠정 중단할 것이란 소식을 놀라움을 갖고 접했다”며 “이는 분명히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비건설적이며 근거없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EU 파트너들이 러시아는 물론 EU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행보를 취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림합병 강행 할까?=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의했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로 이같은 결정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6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효율적 정책 펀드’ 소장으로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글레프 파블롭스키는 크림 자치공화국이 이날 크림의 러시아 귀속을 결의하고 오는 16일 이 문제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이같은견해를 밝혔다.

파블롭스키 소장은 크림 의회의 귀속 결의와 예상되는 주민투표의 찬성 결과가 러시아에 전술적 우위를 제공하겠지만 러시아가 실제로 합병을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의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크림 주민투표에서 러시아로의 귀속 결정이 내려지면 러시아는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제출했던 우크라이나 사태 군사개입 요청서보다 더 합법적인 추가적 문서를 확보하는 것이 되며 이는 전술적 차원에서 볼 때 러시아의 협상입지를 추가로 강화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크림 합병 절차를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유엔도 이를 용납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파블로프스키는 그러면서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하기 위해 모든 유럽과 대결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러시아 지도부의 합병 거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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