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크림 의회, 러시아 귀속 결의…푸틴, 러시아 제국 부활 본격 시동?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전격 결의하면서 크림반도는 사실상 러시아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오는 16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서 합병안이 통과될 경우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지 23년 만에 다시 러시아에 편입되게 된다.



과거 옛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누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변국과의 경제권 통합을 추진하던 그에게 있어 동유럽 최대 곡창지대이자 군사적 요충지, 에너지 안보 거점인 우크라이나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그러나 이밖에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했던 동맹국들은 이미 많은 나라가 서방으로 돌아선 상태다. 과연 러시아는 동유럽 통합을 이뤄 서방과 대등한 경합을 벌이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 러시아 복속 결의=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반발하는 우크라 동남부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6일(현지시간) 공화국을 러시아에 귀속시키기로 결의해 자칫 우크라이나가 분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크림 의회 공보실은 이날 “의회 비상총회를 통해 크림이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들어가고, 이달 16일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결의에는 100명 재적 의원 가운데 78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크림 의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의회에 러시아 크림을 러시아연방으로 받아들이는 절차를 밟아달라고 결의했다.

결의안이 채택되자 의사당 밖에 있던 약 5천명의 친러 시위대는 환호하며 지지를 표시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은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결의한 러시아로의 귀속은 무력 위협 때문이며 불법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크림 자치공화국에 속하는 남부 도시 세바스토폴 시 의회도 이날 공화국 의회 결정대로 16일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귀속에 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세바스토폴시는 주민투표에서 ’스베스트폴시가 러시아 연방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찬성하는가‘,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 연방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을 찬성하는가‘ 등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 자치공화국 부총리 루스탐 테미르갈리예프는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편입 결정이 내려지면 크림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를 사용하는 루블존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러시아 의회도 크림 귀속 결정이 나오면 이를 받아들이는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방은 강력 반대하며, 러시아 제재에 착수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우크라이나 크림에 자국 군대를 배치하고 우크라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본격 착수했다.

▶옛 소련 동맹 탈퇴와 저항… 분리독립, 일부라도 흡수하라=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뿔뿔이 흩어져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했다.



1999년엔 체코공화국과 폴란드, 헝가리가, 2004년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가 가입했고 심지어 소비에트 연방 아래에 있었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나토로 돌아섰다. 이어 2009년엔 알바니아가 마지막으로 가입하면서 냉전시대 철의장막을 형성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이밖에도 소련 분리 이후 간신히 붙들고 있던 독립국가연합(CIS)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카자흐스탄,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도 나토와 개별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으며 러시아의 입지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친러 성향이 강한 국가와 지역들이 존재했고 2008년 조지아에서 벌어진 남오세티야 전쟁은 이들 세력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과 함께 주변국에 통합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조지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남오세티야와 조지아가 전쟁을 벌였고 러시아는 남오세티야 내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조지아와 5일 간 전면전을 벌였다.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력에 결국 조지아는 무릎을 꿇었고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중재로 종전협정을 맺고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분리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이 두 곳에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달엔 국교단절 6년 만에 조지아와의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관계개선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도 비슷한 상황이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피신하며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 개입의 빌미를 제공했고 친러 성향이 강한 크림반도는 새로운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크림 자치공화국이 분리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무력을 통한 회복을 시도할 경우 러시아는 60%에 달하는 러시아인 보호 논리를 내세워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통합 노력, 가능성 있는 도전인가=‘강한 러시아’를 희망하는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옛 소련 독립국가들을 합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서방 주도의 경제에서 주도권을 다시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경제권을 키우고 하나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라시아연합(EAU)은 옛 소련권 국가들을 연합해 맹주가 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열망을 담은 계획이다. 러시아,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구 소련 공화국들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구성하는 것으로 원래 1994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처음 제안했다. 2011년 들어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3국 대통령들이 모여 2015년까지 정식 통합기구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협정을 맺었으며 각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EEU는 EAU의 전단계 조직이다. 2012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단일통화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EU가 2004년 구상한 ‘EU 동부 파트너십’이 2009년부터 정식 협상에 들어가며 러시아의 계획은 난관에 봉착했다. EU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6개국과 협상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정국은 혼란으로 치달았다.

통합 움직임에 모두가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에두아르드 리모노프는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을 통합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카자흐 정부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카자흐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침해한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에선 독립 이후 민족 정체성 회복과 탈 러시아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소련 시절 금지됐던 카자흐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수도도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겼다.

소련 시절 임의로 만들어진 국가 명칭인 카자흐스탄도 ‘카작엘르’(Kazakh Eli)로 변경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라시아 연합을 제안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마저도 러시아와 지역공동체인 관세동맹 체결이 옛 소련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자주권과 헌법을 위배하는 국제조직에서는 즉각 탈퇴하겠다”고 경제분야 협력만 하게될 것임을 강조했다.

▶러시아 제국 막아라, 미국의 군사대응=냉전시대 한 축을 담당했던 미국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와 발틱국가 등 동유럽 군사지원을 강화하는 계획을 밝혔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동맹국 지원 조치들을 추진키로 했다”며 폴란드에서 항공훈련을 확대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발틱 3국에서 진행중인 영공 초계 임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동유럽 영공 순찰 임무를 수행할 전투기 6대를 발틱 3국에 추가로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추가로 ‘KC-135 스트래토탱커’ 공중급유기도 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나토 임무수행을 위해 배치되는 미 전투기들이 모두 10대로 늘어나게 됐다.

▶나토 vs CIS 싸움 가능할까=소련 붕괴 이후 나토에 대응할 만한 군사방위조직은 CIS국가를 중심으로 한 집단안전조약기구(CSTO)다. 1992년 조약을 체결, 1994년 총 9개국이 참가했으나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우즈베키스탄이 탈퇴하고 현재는 러시아를 비롯,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키스탄이 회원국으로 남아있다. 이외에 아프가니스탄과 세르비아가 옵저버 회원국으로 가입돼있다.

CSTO는 2009년 가입국 정상회의를 통해 지역 내 군사적 위협이나 국제 테러, 조직 범죄, 마약 밀거래, 비상사태 등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 창설을 합의했다. 2011년엔 러시아 남부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70대의 항공기와 1만 명의 병력이 참여한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군사력이 미미한 수준으로 나토와 맞서기엔 크게 부족하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28개국 회원국의 정규군 숫자는 400만 명에 이른다. 반면 러시아군은 나토의 20% 수준인 84만명 정도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1>나토 회원국 현황 [사진=위키피디아]

<사진3>CIS 회원국 현황 [사진=위키피디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