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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C(Radio Control)자동차 엔진 굉음이 강소기업 만들었다
이욱택‘ 캠핑온’대표

취미로 시작했던 RC 자동차
프로선수로 뛰며 매장까지 열어

그 시절 또다른 취미이던 캠핑
매장 한쪽서 끼워 팔던 캠핑용품
어느새 캠핑족 사이 명품기업으로


희뿌옇게 하늘을 감싸던 미세먼지가 오랜만에 깨끗이 가신 지난 1일 경남 밀양의 한 무선조종(RCㆍRadio Control) 자동차 경기장. 일순간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평화로운 공기를 갈랐다. 이윽고 피어나는 새하얀 배기가스와 타이어 연기. 물찬 제비보다도 빨리 출발선에서 튀어나간 RC 자동차가 마치 자신의 흔적을 지우듯 뭉게구름을 저만치 뒤로 한 채 첫 번째 커브에 접어들었다. RC 자동차를 매서운 눈으로 좇던 사내의 손이 덩달아 바빠졌다. RC 자동차가 매끄럽게 작은 원을 그리며 커브를 빠져나간 순간, 사내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욱택(41ㆍ사진) 캠핑온 대표의 지난 주말 풍경이다. 국내 캠핑용품 시장의 선두업체인 ‘캠핑온’을 운영하는 이 대표는 지난 1월 ‘Team XRAY Korea’ 라는 프로 RC 자동차 팀을 창단했다. 자신이 선수로서 RC 자동차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직접 선수를 발굴하고 팀을 운영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날 밀양에서 열린 경주는 Team XRAY Korea의 새로운 레이스카를 선보이기 위한 자리. 경주를 위해 이 대표는 금요일부터 팀 동료와 함께 경기장을 찾아 ‘RC 자동차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이 대표는 “RC 자동차 경주는 말 그대로 남자의 경기”라며 “흙먼지가 날리는 불규칙한 노면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RC 자동차의 엔진 소리는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한다. 그 흥분감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취미도 병’이다. 얼마 전 한 개그맨의 아내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값 비싼 RC 자동차에 집착하는 남편 때문에 화병이 생길 지경’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은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대표의 RC 자동차 사랑을 무조건 ‘심하다’며 힐난할 수만은 없다. 지금은 RC 자동차가 취미활동이 되고 캠핑용품 유통이 직업이 돼버렸지만, 2007년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한국무선조종모형자동차협회 합산성적 기준) 프로 RC 자동차 선수였다.

이 대표는 “아내가 임신 중이던 2005년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RC 자동차 한 대를 샀는데 그 매력에 바로 빠져들었다”며 “더 빨리 달리고 싶다는 열망에 외국 서적까지 구해 매일 자동차를 연구하고 연습하다 보니 2년 만에 원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프로선수가 돼 있었다”고 했다.

‘The RC’라는 어엿한 RC 자동차 프로숍도 운영했다. 당시에는 오히려 캠핑이 취미였다. 야외 경기가 대부분인 RC 자동차 대회의 특성 탓에 경기를 치를 때마다 하나 둘 캠핑용품을 사 모으다 보니 어느덧 주위 사람들도 알아주는 ‘캠핑의 고수’가 돼 있었다.

덩달아 이 대표가 운영하던 RC 자동차 프로숍 한쪽에 쌓여 있던 캠핑용품도 그 덩치를 더해 갔다. 주변의 RC 자동차 선수들이 경기에 필요한 캠핑용품을 이 대표를 통해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8월 이 대표는 지금의 온ㆍ오프라인 캠핑용품 쇼핑몰 캠핑온을 열었다. 즉 직업과 취미, 취미와 직업이 서로 자리를 바꾼 셈이다.

이욱택 캠핑온 대표는 2008년 RC 자동차 프로선수로 활동하던 중 당시 푹 빠져 있던‘ 캠핑’을 아이템으로 캠핑용품 유통 사업을 시작,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대표는 이제 RC 자동차 유통 사업으로 다시 한 번‘ 취미의 사업화’를 꿈꾼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캠핑온이 지난 2011년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고 현재까지 승승장구하는데도 이 대표가 가진 ‘캠핑 애호가’의 시각이 한몫을 했다.

캠핑용품 시장이 갓 생겨나기 시작한 2008년 당시 대다수의 캠핑용품 쇼핑몰이 물건을 파는 것에만 주력했던 반면, 이 대표는 자신이 취미활동으로 캠핑하며 겪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으로 상세한 제품의 용도와 재질, 특성, 사용하기 알맞은 환경 등에 대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설명해주고, 나아가서는 직접 캠핑 현장을 찾아 캠핑 초보들에게 불 피우는 방법부터 텐트의 위치를 잡는 방법까지 몸으로 전수하는 서비스가 그것. 캠핑이 보편화되기 이전부터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일대일 서비스’를 실천한 셈이다.

그렇게 캠핑용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사업에 매진하고자 RC 자동차를 손에서 내려놨지만, 그의 몸은 심장 박동과도 같은 RC 자동차의 엔진 굉음을 잊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11년 이 대표는 ‘직업’이 아닌 ‘취미’로 RC 자동차 경주를 다시 시작했고 올 1월 직접 자신의 팀을 창단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이 대표는 이제 캠핑온을 운영하며 쌓은 유통 지식을 바탕으로 RC 자동차 국내 총판 사업을 준비 중이다. 캠핑 애호가의 순수한 마음으로 캠핑용품 유통 사업을 성공시킨 것처럼, RC 자동차를 통해 다시 한 번 ‘취미의 사업화’ ‘취미의 직업화’를 이루겠다는 게 이 대표의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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