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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강대서도 성소수자 대자보 실종…퇴보하는 지성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이번에는 서강대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게시한 대자보가 사라졌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 이어 최근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성소수자 단체의 현수막 및 대자보가 훼손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서강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춤추는 Q’는 “지난 4일 밤 9시 학교 K관과 로욜라 언덕 게시판에 붙였던 ‘새내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와 춤추는Q의 대자보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해당 대자보에는 고려대, 이화여대에서 최근 있었던 성소수자 대자보 훼손사건과 관련한 입장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 단체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9시30분에서 10시30분 사이 해당 장소에서 자보를 훼손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 제보 바란다”며 목격자를 찾으며 대응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성소수자단체 학생들이 타학교의 대자보 훼손 사건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사라졌다. [사진출처=서강대학교 춤추는 Q 트위터]

대학에서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나 현수막이 훼손된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달에는 고려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사람과 사람‘이 졸업과 입학을 맞아 학생회관에 걸어둔 현수막이 사라졌고, 이화여대에서도 학내 성소수자 인권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걸어놓은 현수막 2개가 사라졌다.

지난 해 고려대에서 학교 소속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 학내에 붙여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찢고 “빨갱이들이 학교망신시키는 꼴 보기 싫다”는 글과 함께 인증샷은 사이트에 올린 바 있다.


조성배 사회갈등연구소 박사는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나와 다른 의견을 만났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몰라 나타나는 두려움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성소수자 단체들이 붙인 대자보가 훼손되는것처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를 폭력적으로 표현하는 것. 조 박사는 “최근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대자보의 이슈가 70년대~80년대처럼 정치사회적 담론에서 벗어나 대학 수업권, 청소노동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이슈로 다변화하는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데, 토론법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은 이를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적 토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단체나 대자보 게시자가 강력히 대응하는 양상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고려대 일베회원의 대자보 훼손 사건 당시에는 대자보를 게시한 학생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해당 학생이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춤추는Q 관계자는 “그간 혐오폭력에 대해 사소하게 넘어갔지만 최근에는 대학들이 연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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