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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통사 영업정지 철퇴에…애꿎은 소비자만 ‘날벼락’
정부 ‘반쪽 제재’ 의식 기기변경 금지도 검토
소비자 선택권 제한…비싼 스마트폰 구매 불가피

온라인몰 ‘막판 공짜폰 잡기’ 네티즌 대거 몰려
일부선 ‘싸게 산게 죄냐’ 정부 향한 분노도

제조사 전략폰 출시 맞물려 매출 악영향 우려
하루 주문량 10%소화 택배종사자도 생계위협


보조금 대란’을 일으킨 이동통신사에 대한 정부의 영업정지 제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영업정지 처벌에도 보조금 전쟁을 멈추지 않는 통신사들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길들이겠다는 정부의 각오다. 고객 확보를 위해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키는 이통사에 대한 정부의 강한 채찍질로 인한 피해는 이통사가 아닌 소비자와 제조사,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떠안게 됐다.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 요금을 강요당할 처지다. ‘워크아웃ㆍ중국발 저가 공세’ 같은 살벌한 단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오는 글로벌 전쟁터 한 가운데 선 제조사는 창고에 쌓인 최신 스마트폰 재고를 보며 직원들 월급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영세 대리점과 스마트폰 배달로 먹고사는 퀵서비스 종사자,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는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사후약방문식 ‘영업정지’로는 갈 데까지 간 이통사 보조금전쟁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대란’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그에 따른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보조금 경쟁의 특판왕으로 불린 2·11 동대문 대란 모습.

▶싸게 산 게 죄라고? 소비자는 억울하다=영업정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정부는 스마트폰을 싸게 산 일부 부지런한 소비자들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이들을 ‘대란의 공범’이라 몰아붙이지만, 동대문 새벽 줄서기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알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뿐이다.

6일 뽐뿌나 디시인사이드, 세티즌 등 스마트 기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영업정지 전 조금이라도 값싼 스마트폰  막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 또 새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는 기대에 약정기간이 끝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들은 모두 “누구를 위한 영업정지인지 알 수가 없다”고 대답없는 하소연만 내뱉았다. 싸게 산 게 죄라는 정부를 향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사상 유례없는 강도로 이뤄질 이번 영업정지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극히 제한시키는 것이 골자다. 소비자들은 문을 연 한개 사업자, 또는 별정이동통신(MVNO)으로만 옮길 수 있다. 그나마 문 연 사업자가 지금 사용 중인 곳과 같은 회사라면 “MVNO로 갈래, 낡은 스마트폰으로 그냥 더 쓸래”만 남을 뿐이다.

문제는 두 선택지 모두 ‘지금보다 비싼 스마트폰’을 강요한다. 영업정지의 빌미가 된 보조금은, 역으로 소비자에게는 혜택이다. 90만원, 100만원을 넘어선 스마트폰을 50%, 때에 따라서는 공짜로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보조금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정지를 당한 통신사는 보조금을 쓸 수가 없고, 그나마 문 연 한곳은 정부 눈치도 보고 또 당장 경쟁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에 보조금을 덜 풀거나 풀지 않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사에 내는 요금은 계속 내면서도, 스마트폰을 부풀려진 가격표 그대로 사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영업정지 기간에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겠다”는 한 소비자의 말에는 바가지를 권장하는 정부를 향한 ‘가시’가 숨어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겠다며 열어놓은 MVNO는 아직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요금은 전혀 싸지 않은 MVNO의 요금 구조는 하루 아침에 고쳐질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라인업이 부족한 MVNO의 스마트폰 단말기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가로막는 요소다.


▶이통사 보조금 전쟁에 새우등 터지는 제조사=정부의 이통사 중징계 조치로 인해 당장 단말기 제조사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번 영업정지 기간에 제조 3사의 상반기 전략폰 출시가 예정돼 있어 각사는 영업 악화를 최소화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와 팬택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이통 3사 영업정지를 재고해 달라며 건의서를 제출한 것이나, 팬택이 영업정지를 하더라도 교차 영업정지가 아닌 순차 영업정지를 고려해 달라고 건의한 것도 이통사 간 ‘보조금 전쟁’에 결국 제조사만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 상태에 재돌입한 팬택의 경우 이동통신 3사의 장기간 영업정지로 인한 유동성 악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당장 4월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차세대 전략 모델 ‘베가 아이언2’의 판로가 제한돼 자칫 기업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LG전자도 지난달 21일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초기 판매에 불이 붙기 시작한 ‘G프로2’의 판매에 차질을 빚게 되는 등 이통사 영업정지 피해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오는 4월 국내외 동시 출시를 앞둔 ‘갤럭시S5’의 이통사 영업정지로 인한 판매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이통사에 대한 징벌적 징계지만 결국 제조사가 피해를 떠안게 되는 측면을 무시할 순 없다.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중단 시 재고부담은 물론 신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통사 영업정지로 생계위협을 받는 퀵택배업자들

▶퀵 오토바이 아저씨도,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도 피해자=이통사 영업정지로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생겨날 전망이다. 복잡한 도로를 오토바이로 요리조리 피해가며 스마트폰을 배달하는 퀵서비스 종사자들과 한 손에 통신사 로고가 박힌 봉투를 들고 서울 끝에서 끝을 오가는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들은 울상이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부들은 평균 5~6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고장이 나거나 분실했을 경우에는 폰을 빨리 바꿔야 하는데 통신사가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대책이 없습니다. 또 하루 주문 물량의 10% 내외가 스마트폰 배달인데 이 물량 역시 뚝 끊기게 생겼습니다.” 남현우 오토바이 퀵서비스 협회장은 지난 4일 이통사 영업정지 관련 기자회견장에 나와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이동통신 유통 생태계의 근간은 상인과 종사자, 액세서리 제조 중소업체, 생계형 오토바이 퀵서비스, 노인 중심의 지하철 택배 종사자, 동네 간판 인테리어업체와 현수막 업체, 매장 물품을 납품하는 소형 상인”이라며 일감이 줄거나, 심지어 끊긴 서민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최정호ㆍ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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