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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中 ‘별 그대’ 열풍…지속가능한 한류로 이어져야
중국 전역에서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그대)’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어디를 가도 이 드라마 얘기다. 주인공 전지현과 김수현의 이름을 모르는 젊은이가 없을 정도다. 중국 대륙에서 인터넷으로만 방영이 됐건만 ‘별 그대’ 열풍은 단순한 사회현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눈 오는 날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인데…”라는 전지현의 대사 한 마디가 조류독감으로 침체되어 있던 중국 닭고기 소비를 일으켜 세웠다. 촬영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도 생겼고, 극 중 전지현이 바르고 착용한 모든 뷰티·패션 제품은 유행 아이템이 됐다. 한류드라마가 업계의 ‘구세주’가 된 셈이다. 마지막 회를 밤새워 시청하는 직원들을 위해 휴가를 준 회사도 있었다. 중국의 성형외과에는 전지현 등 한류 스타의 사진을 가져와 “똑같은 얼굴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고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별 그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한류배우 김수현 쟁탈전도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내 20개 이상의 방송국들이 고액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김수현을 끌어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결국 장쑤(江蘇)위성TV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최강대뇌-더 브레인’이 김수현을 잡았다. 그의 ‘최강대뇌’ 출연료는 줄잡아 300만위안(약 5억2500만원)에 달한다고 포털사이트 신랑왕(新浪網)은 전했다. 한류스타의 인기가 중화권 톱스타를 뛰어넘은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4세대 한류 물결이 밀어닥쳤다”면서 비결 분석에 분주하다.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데일리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테마는 흔하지만 이 드라마는 대본이 훌륭하며 템포가 빠르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테마 스토리의 창조에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드라마 제작자들도 창조성을 발휘해 안이하게 해외작품을 모방하는 방식을 없애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간지 스다이저우바오(時代週報)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 비밀을 사회학적으로 고찰했다.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구조는 변하지 않은 채 새로운 왕자와 신데렐라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어 ‘사랑에 굶주린’ 중국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시대주보는 “인기 있는 한류 드라마에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왕자’가 가난한 여주인공과 반드시 사랑에 빠진다”면서 “이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꾸게 만든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첫 등장한 때는 최진실 주연의 ‘질투’가 방송된 1993년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른바 ‘한류 1세대’가 중국에 등장했다. 한때 한류가 주춤거렸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상속자들’ ‘별 그대’가 중국을 휩쓸면서 ‘4세대’로 이어졌다. 요즘 다시 중국에서 한류의 전성기가 도래한 듯하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류 바람은 생각 이상이다. 한류라는 ‘문화아이콘’이 갖는 위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한류의 지속력이다. 진부해지면 가차없이 떠나는 것이 대중문화 팬들의 속성이다. 반짝 끝날 한류를 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우쭐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한류’로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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