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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가 ‘이색 데이 마케팅’ 에 목 매다는 이유 있었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지난 3일 직장인 윤모씨(41)는 광화문 인근 삼겹살 집을 찾았다가 허탕만 쳤다. 가는 곳 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었던 것. 윤씨는 30여분간을 삼겹살 집을 전전하다 끝내 인근 전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여야 했다. 전날 이마트 구로점은 평소 보다 배 이상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국내산 삼겹살 100g을 평소 보다 41% 할인한 960원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손님들이 몰렸기 때문.

‘이색 데이’를 바라보는 유통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와 같은 고전적인 ‘데이 마케팅’에서 이제는 ‘삼겹살 데이’와 같은 이색 데이로 마케팅 타깃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색 데이는 관련 상품군의 매출 신장을 이끌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즐거운 비명...대박 행진 이색 데이=이마트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삼겹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6.7% 늘었다. 한 달전과 비교하면 무려 138% 증가했다. 삼겹살 데이 당일인 3일 매출은 작년에 비해 52.5%나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삼겹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5%에 달했다.


이마트 돈육담당 문주석 바이어는 “미세먼지 이슈까지 부각되면서 삼겹살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이번 삼겹살데이 이벤트에 맞춰 평소 보다 6배 많은 물량을 공수했다”고 말했다.

11월 1일 한우데이 역시 대박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의 경우 보통 11월 1일 단 하루만 진행하던 예년과 달리 지난해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한우데이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당시 이틀동안 이마트는 한우로만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한 해 전체 한우 매출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일년 장사의 10분의 1을 단 이틀동안 해치운 셈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처럼 고전적인 데이의 경우 타깃층이 10~20대로 한정적인 데다 이제는 식상한 감 마저 있어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엔 부담감이 많다”며 “하지만 삼겹살 데이나 한우데이처럼 이색적인 데이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는데다 농축산 업계나 수산업계를 도운다는 공익적인 측면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어 이런 ‘데이’도 있었나...제2의 빼빼로 데이를 꿈꾸다=빼빼로의 모습과 유사한 숫자 ‘1’이 4개가 들어가 부쳐진 빼빼로 데이는 유통가에선 하나의 명절과도 같다. 매년 빼빼로 등 관련 매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 실제 지난해엔 11월 7일 대입수능일과 맞물려서 유통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11월 1일부터 닷새 동안 빼빼로와 초콜릿 등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이처럼 제2의 빼빼로 데이를 꿈꾸는 이색 데이만 줄잡아 9개나 된다. 2월 5일 ‘이온 데이’를 시작으로 2월 26일 ‘두유 데이’, 5월 2일 ‘오리 데이’, 6월 2일 ‘유기농 데이’ 등 매달 ‘데이’의 향연이 계속된다.


‘이색 데이’들은 저마다 출생의 비밀도 갖고 있다. 한우데이는 한자 우(牛)에 최고를 뜻하는 하나 일(一)이 3개가 들어간 점을 착안해 1일이 3번 들어가는 11월 1일로 지정됐으며, 5월 31일 바다의 날은 해상왕 장보고의 청해진 설치(신라 흥덕왕 3년, 828년 5월)를 기념해 지정됐다.

상품별로 특별한 날을 만드는 주체도 각양각색이다. 바다의 날은 해양수산부에서, 한우데이와 삼겹살데이 그리고 구구데이는 각각의 협동조합에서 소비촉진을 위해 만들었다. 최근엔 오징어구이 데이나 육포데이 등 각 업체에서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드는 행사들도 늘고 있다. ‘이색 데이’ 만큼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품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마케팅 기근에 시달리는 유통업체들이 ‘이색 데이’라는 먹잇감을 놓칠리 없다. 관련 신상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는가 하면, 반값 세일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위 ‘데이 대전’을 준비한다. 한 달 전부터 대대적인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보통이다.

매출도 나쁘지 않다. 이마트에 따르면 각 데이에 해당 상품군의 매출은 평소보다 1.5~3배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오리데이엔 평소 보다 5배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마트 마케팅 담당 이종훈 팀장은 “데이 마케팅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프로모션에 재미 요소까지 더해져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단순히 상술이 아닌 각 협회 및 제조업체와 협력해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 드리는 특별한 날로 발전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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