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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산골 5남매 맏이가 통화ㆍ물가정책 사령탑으로…和而不同 리더십 시험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기회는 운이 좋아서 오는 것이 아니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제25대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의 모토다. 이 내정자는 운을 탓하기보다는 평소 미래에 성실히 대비하는 사람이 결실을 맺게 된다는 신조를 후배들에게 자주 강조해왔다.

그래서일까. 부총재를 끝으로 영영 한은에서 떠난 줄 알았던 그가 2년만에 화려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퇴임 후에도 대학 강단에서 통화정책 전문가로서 묵묵히 노력을 다한 것이 자신의 모토에 맞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내정자는 폭설로 자주 고생하는 정선 임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원주로 이사했다. 부친은 공무원이었고 5남매 중 장남으로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공부했다. 성적이 우수해 중학교 입학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6년 동안 내리 장학금을 탔다.

강원 산골에서 고학하며 자랐던 그가 이제 우리나라의 통화ㆍ물가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이 내정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시기에 총재직을 맡게 됐다.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본격화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격변기를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금융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국제 외교력이 절실하다. 통화정책의 고차방정식도 풀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경기회복과 가계부채 문제 사이에 기준금리는 현재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국내에선 이 내정자가 정부와 시장, 한은 내부와의 관계에 있어 ‘화이부동(和而不同ㆍ사이좋게 지내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진 않음)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준금리 조정 등에 있어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일을 막아야 하지만 정부와의 보조도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통화당국으로서 시장 선도에도 나서되 불협화음이 지나치게 커지도록 방기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지난 4년간 김중수 체제로 변화해 온 흐름을 급작스레 역행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점으로 꼽힌다.

이 내정자는 역대 총재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오르게 된다. 소유 재산이 비교적 많지 않는 등 현재로선 큰 결격 사유가 없다는 평가다. 청와대 인선 과정에서도 이 점이 내정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의 별명은 성을 뒤에 쓰는 영어식 이름(주열 리)으로 주얼리(jewelryㆍ보석)와 발음이 유사하다. 별명에 걸맞게 그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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