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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크림반도 점령, ‘각본ㆍ감독 푸틴, 주연 러시아, 조연 중국’
러시아발(發) 신냉전 시대의 주역들이다. 지난 1일 러시아의 ‘전광석화’ 같은 크림자치공화국 장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주춤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의회 승인으로 군개입 합법성을 인정받고 ▷현지 주둔 ‘흑해 군사 기지’ 이용해 기습 군대 파견 ▷군사개입 직전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을 통한 가스 공급가격 인상 위협 ▷중국 시진핑 주석과 사전 교섭해 국제적 지지세력 포섭 ▷야누코비치 대통령 비호로 동부 우크라이나까지 세력 확대 등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아시아판에서 “러시아의 이번 군사개입은 푸틴이 서방의 반응을 주시한 후 수 주에 걸쳐 면밀히 사전 계획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소치올림픽 때도 온통 우크라 생각=군사 전문가들은 FT에 “러시아가 이웃나라에 대응하는 방식은, 모든 작전이 러시아 정보기관 FSB(KGB의 전신)와 함께 수 주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냉전시대 노르웨이군 대(對)러시아 전문가였던 요한 라이벡 이코노미스트는 “저런(러시아) 방식으로 15만 병력을 움직이고, 순식간에 2000 공중강습부대를 이동시키지는 않는다”며 “러시아 흑해함대는 발틱함대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고, 병력 이동에 수 일이 걸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계획은 소치 올림픽 폐막 직후 일어나도록 계획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군 ‘무혈입성’ 어떻게 가능했나=푸틴은 크림반도에 ‘무혈입성’했다. 현지 주민의 60%가 친러시아계인 점과 현지에 자국군 군사 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997년 군사협정을 맺고 크림반도 내 ‘흑해 함대 기지’를 양국이 공동으로 운용하는데 합의했다. 러시아는 이 기지를 이용해 대규모 병력을 추가 파병, 크림자치공화국을 선전포고도 없이 무혈로 장악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전 정지작업도 서둘렀다. 러시아 상원은 1일 비상회의를 열고 푸틴 대통령이 제출한 우크라이나 군사력 사용 요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푸틴은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흑해함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의회 승인을 요청, 우크라이나 군사개입 법적 근간을 마련했다.

▶우크라ㆍ유럽에 가스공급 ‘재갈’=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또 다른 ‘가공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가스공급’이다.

크림반도 사태 악화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치명적이다. 유럽이 수입하는 가스의 15%가 우크라이나의 가스관을 경유해 조달받기 때문이다.

푸틴은 군사와 경제 ‘양면전’을 펼쳤다. 가스프롬은 군사개입이 있던 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다음 분기부터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가스공급가 할인(1000㎥당 400달러에서 268달러로 인하) 혜택을 취소하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가스 숨통 조이기’는 러시아에게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까지 위협하는 ‘1석2조’의 무기인 셈이다.

▶러시아 뒷배는 중국(?)=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뒷배가 중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와 유럽연합(EU)이 공조해 러시아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중국을 미리 포섭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러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에 동조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내정 불간섭’이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낡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구미를 비난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를 위해 EU가 미국ㆍ일본 뿐만 아니라 자금력 있는 중국에도 지원을 요청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푸틴은 군사 행동 전에 중국과 교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군사개입과 우크라이나 구제금융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에 푸틴의 입김을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국재건‘ 러, 우크라 탈환 목적=닛케이는 “러시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탈환’”이라고 지적했다. ‘대국재건’을 내걸고 있는 푸틴 정권의 외교 중심축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 등 옛소련 국가를 러시아 세력권에 두는 것인 점도 그 방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옛소련 국가 가운데 제2 대국으로, 러시아에게는 ‘핵심 이권’이 걸려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슬라브 국가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러시아로서는 자국의 통제력을 벗어나 구미 친화적인 우크라이나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러시아 정부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자국에서 비호하고 있는 것도 야누코비치의 정치 고향인 하리코프 등 우크라이나 동부까지 세를 넓히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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