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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제3후보’ 고난의 길로…
새정치 잠시 접고…민주당과 통합신당 창당 결단
1992년 반값아파트 정주영
박정희 향수 자극 이인제
CEO대통령 기치 문국현
꿈 못 펼치고 끝내 좌절…

安, 인물·조직 현실벽 실감
민주에 먹힐지…끌어갈지…
정치인 안철수 실험은 진행형

안철수 의원은 최근 “쿠키도 검은 것만 먹는다”고 말한 바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 영입난에 타는 속내를 은유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그는 민주당과의 통합 창당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통합 명분으로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내세운다. 그게 정치 쇄신의 가장 중요한 일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결국 높은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다수가 또 다른 ‘제3 후보’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한국 정치사엔 유달리 ‘제3 후보’의 혜성 같은 등장이 많았다. 오랜 군부독재 탓에 제대로 된 정당 정치를 폈던 역사가 짧고, 이후 들어선 ‘보스형 정치’에 질린 국민들의 머릿속엔 ‘새로운 것=좋은 것’이란 인식이 자리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정치사의 굽이마다 ‘제3 후보’를 등장 시키는 동력이 됐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992년 대선에서 ‘전 국민 반값 아파트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고(故) 정주영 회장은 영남지역 표를 상당부분 잠식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고향에서 소를 팔아 도망쳤던 어린 정주영의 일화는 전쟁폐허에서 일으킨 눈부신 한국의 산업화 역사와 묘하게 겹쳤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대선 후 그는 파격적이었던 ‘아파트 공약’과 함께 정치권에서 삭제됐다. ‘검은 선글라스’로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를 자극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이인제 의원 역시 돌풍 같은 ‘제3 후보’였다. 이 의원 이후 경기도지사는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경선 불복, 잦은 탈당 탓에 현재는 국회 내 ‘300명 중 1명’으로 추락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돌풍의 핵이었다. 깔끔한 이미지와 성공한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경영’도 잘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문 전 대표에 지지를 보낸 다수 국민의 바람이었다. 사실 ‘CEO(최고경영자) 대통령’의 원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문 전 대표였다. 그는 그러나 예상(10%)보다 낮은 득표율(5.8%) 탓에 혜성 같았던 짧은 정치 역사를 마감했다.

안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지난 2012년 9월 19일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530일 뒤인 2014년 3월 2일,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과거 안 의원이 민주당을 ‘구태 정치의 표본’이라 지적한 것은 합당을 선언한 안 의원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그간 추구했던 새 정치가 민주당과의 통합이었냐는 비난도 거세다. 당장 핵심 참모였던 윤여준-김성식의 이탈이 안 의원에겐 아프다.

안 의원은 최근 인물 영입난, 조직 균열, 자금난, 지역 조직 열세 등의 내우외환을 겪었다.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을 ‘새 정치’의 좌절은 이 같은 높은 현실정치의 벽이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제 안 의원 역시 그간 제3 후보들이 걸었던 ‘초라한 뒷방길’ 신세가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새하얀 백지는 먹물 한 방울 때문에 폐지가 된다.

다만 안 의원의 실험이 민주당과의 ‘통합 선언’과 함께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고 단정키는 어렵다. ‘호랑이 굴’로 들어선 날쌘 ‘사냥꾼’이 되느냐, 호랑이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할 것이냐는 앞으로 안 의원이 통합 신당에서 펼칠 정치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특유의 어눌한 말투와 호소력 짙은 대화형 문법으로 민주당 의원들 내에서 세를 규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의사→프로그래머→대통령’이란 전대미문의 쉽지 않은 정치 역사를 쓸 수 있을지는 온전히 그의 정치역량에 달려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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