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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반도 군사긴장 고조…러ㆍ우크라 금융시장 선제 공습
우크라이나의 최악 유혈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크림반도에 러시아발(發) 전운이 감돌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 자중했던 러시아가 세불리기의 본색을 드러내면서 유라시아 ‘화약고’ 크림반도에 무력충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 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금융시장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니아화 가치는 10년래 최저치로 폭락했고 러시아 루블화도 5년래 저점을 찍었다. 카자흐스탄 등 옛소련 연방도 연쇄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푸틴 ‘전쟁게임’ 시동=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긴급 군사훈련을 지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서부 군관구 소속 군부대와 중앙 군관구 소속 제2군, 우주군, 공수부대, 항공수송부대 등에 전투태세 점검을 위한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훈련에 15만명 이상의 병력과 90대의 전투기, 120대 이상의 헬기, 870대의 탱크, 약 80척의 군함 등이 참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쇼이구 장관은 “이번 훈련이 전투태세 점검을 위한 훈련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서부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여차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분리ㆍ독립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중앙권력이 군부대를 파견하고, 이에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무력 대응할 경우 두 나라 사이에 군사 출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러시아는 2008년 8월 친미 성향의 조지아를 침공한 ‘전과’도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6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게임’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떨고 있는 옛소련 금융시장=우크라이나 정정불안에 옛소련 연방국가까지 살얼음판이다. 우크라이나 경제가 휘청이자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하고, 러시아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구소련 국가가 연쇄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위기의 진앙지인 우크라이나는 ▷뱅크런 ▷통화가치 추락 ▷외환보유액 고갈 ▷해외 석유 메이저 이탈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통화 흐리브니아화 가치는 26일 한때 10.35흐리브니아를 기록, 1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달들어서만 18%, 하루만에 6% 이상 폭락한 것이다.

지난주 전체 예금의 7%가 빠져나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조짐은 통화가치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뱅크런’은 외환위기 전조현상이다. 우크라이나 외환보유액은 1월 말 178억달러에서 현재 150억 달러 수준까지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최대 석유회사 로열더치셸과 엑손모빌, 셰브론 등이 정정불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와의 계약을 재검토 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우크라이나 경제 규모가 1992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직후보다 작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흐리브니아화 급락은 서방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적 금융 원조가 필요성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25일 “우크라이나에 곧 지원팀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러시아로 번졌다. 안정세를 찾아가는 루블화 가치는 다시 곤두박질치고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러시아 은행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이날 달러대비 루블화 가치는 한때 5년 만에 최저치인 36.03루블까지 떨어졌다.

투자 회사 ‘체리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분석가 올렉 두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많은 자산을 갖고 있고 30억달러의 차관도 지원한 상태라 이러한 요소들이 루블화 가치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기업에 돈을 빌려 준 러시아 국영은행들은 전전긍긍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기업이 러시아 은행에 지고 있는 채무가 28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 국영은행들이 정정불안에 따른 채무 기업들의 파산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소련 국가도 안전하지 않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러시아 루블화 절하 영향으로 지난 25일 관리변동환율제로 유지해온 텡게화 가치를 19% 평가절하했다.

경상수지 악화와 외환보유액 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 루블화까지 절하돼 무역 경쟁력이 떨어지자 고육지책으로 환율 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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