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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이해준> 소치에서 배워야 할 평창의 교훈
“대성공이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기가 한층 더 올라갈 겁니다.”(러시아 스포츠TV 프로듀서)

“시설을 웅장하게 만들어놓은 것 말고는 특별히 내세울 게 있다고 보기 어려운 대회였어요.”(호주 언론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23일(현지시간) 피시트 올림픽스타디움에서의 폐막식을 끝으로 17일 동안의 열전을 모두 마쳤다. 그동안 승리자의 환호와 패배자의 눈물, 관중의 열광과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무수한 드라마가 연출됐다. 88개국에서 온 2800여명의 선수와 응원단으로 북적였던 인구 40만의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도 원래의 평온함으로 돌아갔다. 막판 금메달 레이스가 펼쳐진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던 아들레르 해안 클러스터 인근의 교통도 22일부터 확 뚫리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평가는 두 언론인의 말처럼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장 시설과 삼엄한 경비는 러시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었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만난 한 호주 언론인은 웅장한 MPC 시설을 가리키며 “런던 올림픽 때보다 배 이상 크지만, (전 세계에서 온 2000여명의)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패스트푸드를 파는 (2층의) 저 카페”라는 말로 알맹이 없는 대회였음을 지적했다. 거대한 시설에 비해 취약한 취재여건과 서비스에 대한 비아냥도 섞여 있는 말이었다. 거의 모든 시설에 입장할 때마다 X레이 투시기와 온몸을 손으로 더듬는 안전점검을 받아야 해 짜증을 더해주었고, 그럴 때마다 불안한 러시아를 보는 듯했다.

러시아 관중의 광적인 응원은 스포츠에 대한 지나친 상업화 우려에서 이번엔 근대적인 국가주의의 부활을 보여주는 듯했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깊은 문화적 전통을 알리고 싶어했지만, 사실 소치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즐기긴 어려웠다. 소치항 근처를 비롯한 일부 공연장에서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했지만, 상업화한 서구문화의 연장이거나 아류 수준에 머물러 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이번 대회가 국내용이란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승리자는 소치였다. 사실 소치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그 아름다움과 매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흑해 연안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주거지역과 깔끔한 시설은 이곳이 마치 서유럽의 전원도시를 연상시켰다. 스키경기장이 몰려 있는 마운틴 클러스터에서 본 코카서스의 웅장함과 다양한 슬로프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아열대의 온화한 지역인 소치가 동게올림픽 개최지로 부적합했다는 지적은 이곳의 다양성을 간과한 단편적인 시각이었다. 지금도 매년 봄~가을 800만명의 관광객과 휴양객을 끌어들이는 소치는 앞으로 국제적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소치의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이제 관심은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 한국의 평창에 쏠리고 있다. 평창은 이번 올림픽 기간 중 해안클러스터 입구에 대형 전시관을 만들어 팬들에게 차기 대회를 적극 홍보했다. 관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아 평창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소치는 평창에 몇 가지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 경기장과 부대시설, 교통시스템 등 하드웨어를 갖추는 게 시급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평창이 구현할 가치와 문화다. 소치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거대한 시설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것을 통해 보여준 정신이 취약해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평창의 자연조건은 소치나 이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미국의 솔트레이크,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비해 탁월하다고 보긴 어렵다. 평창이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할 것은 시설이나 자연보다 이를 통해 구현할 문화와 정신인 것이다.

소치=이해준 기자 (디지털서비스본부장)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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