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가 마지막 연기를 끝마쳤다. 결과는 아쉬운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홈 텃세와 편파 판정 그리고 부담감과 오랜 부상을 이겨낸 그는 ‘진정한 챔피언’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점)에게 돌아갔다.
이날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 등으로 총 144.19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4.92점)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마지막 프리에서 소트니코바에게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김연아는 소냐 헤니(노르웨이), 카타리나 비트(동독) 이후 26년 만의 피겨 여자 싱글 2연패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
이날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150.06점)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148.34점)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기록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총점 219.11점 역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218.31점)을 뛰어넘은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그러나 개최국 러시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149.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탓에 금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가장 마지막 순서로 빙판에 나선 김연아는 상당한 부담 속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그럼에도 피겨 인생을 한무대에 담아 보이겠다는 듯 완벽한 연기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아르헨티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여의고 작곡한 ‘아디오스 노니노’의 선율 속에 김연아는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를 잘 뛰어올라 수행점수(GOE) 1.60점을 받으며 긴장을 털어내고 연기를 시작했다. 이어 플라잉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에 이어 템포가 빨라지는 음악에 맞춘 화려한 스텝 연기를 펼치며 연기의 절정을 장식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김연아의 스텝에 대해 최고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3을 매겼다.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4와 수행점수 0.71점으로 기록됐다. 이어 강한 악센트가 느껴지는 음악과 함께 독특하게 양팔을 교차하는 동작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비록 경기 직후 전광판에 뜬 점수는 은메달에 해당하는 219.11점이었지만 자신의 마지막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편 ‘김연아 키즈’의 선두주자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도 아쉬움과 희망 속에 처음 치른 올림픽 무대를 마쳤다.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에서 95.11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54.37점) 합산 149.48점을 받아 16위에 올랐고, 박소연은 93.83점을 받아 종합 142.97점을 기록해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 모두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른 탓에 자신의 개인 최고점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긴장 속에 첫 올림픽을 치른 이들은 나란히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냄으로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희망을 키웠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