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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 17세 여고생 에이스 심석희의 질주, 한국 쇼트트랙을 살리다
“나갈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레이스에서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는 17세 여고생 심석희(세화여고)였다.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터치를 한 순간 선두에는 중국 선수가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조금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첫 코너를 빠져나오자마자 인코너가 아닌 아웃코너를 선택해 속도를 높였다. 마치 다리에 ‘부스터’가 달린 듯 압도적인 가속도가 붙었다. 결승선까지 반 바퀴를 남긴 지점에서 중국 선수를 제쳤고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인코너로 바짝 붙어 파고들지 못하게 견제하던 중국도 심석희의 대담함에는 속수무책이었다.


8년 만에 한국의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안긴 심석희는 대표팀의 ‘최종 병기’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심석희는 먼저 쇼트트랙을 시작한 오빠를 따라 집 근처 논두렁 물을 얼린 빙판 위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심석희는 2012년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개인 1000m와 1500m, 3000m 계주까지 3관왕을 휩쓸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6차 월드컵 1500m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언니들을 물리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해 2014 소치 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심석희의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신체조건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165㎝ 안팎인 여자 쇼트트랙에서 심석희의 키는 173㎝로 큰 편이다.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큰 키와 유연성, 지구력을 바탕으로 폭발력 있는 스퍼트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 3000m 계주에서 보여준 믿을 수 없는 막판 스퍼트의 원동력도 여기서 비롯됐다. 승부에 대한 강한 근성과 집중력도 강점이다.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질 만큼 수줍음을 타는 10대 소녀이지만 링크에서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한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도 “중국 선수를 제쳤을 때 결승점만 뚫어져라 봤다”며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중고차 매매, 남성복 판매 등을 하며 딸의 뒷바라지를 해온 아버지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스케이트를 건네준 오빠의 헌신의 힘도 금빛 질주의 원동력이었다. 심석희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22일 열릴 여자 1000m 결승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도 그는 21살에 불과하다.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으로 등극한 심석희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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