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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대교 붕괴 20년, 여전한 ‘사고 공화국’ 오명
-20년 대형사건 주기설, 이젠 끊어야 할때
-전문가들 “안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절차 없는게 문제”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1994년 성수대교 허리가 끊어지는 상상치 못할 일이 생겼다. 출근ㆍ등교를 하던 직장인과 학생 30여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준공한지 10년이 막 지난 교량이 무너지면서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 제정되는 등 ‘빨리빨리’ 문화가 만든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계심은 사회 안팎으로 거세게 일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대로다. 이번에는 막 대학에 입학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무너져 내린 건물에 깔리는 봉변을 당했다. 약한 스티로폼 조립식 건물에 가용인원 이상의 인원이 들어간 게 원인이었다. 인재((人災)로 귀결될 확률이 높은 이유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최악의 대형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는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경북지방경찰청


당국은 17일 오후 9시께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현재까지 10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투입돼 구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어 마무리 작업에 사투를 펼치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신입생은 “건물 지붕이 10초도 안돼 무너졌다”고 말했을 정도로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리조트가 위치한 경주에는 지난 6일부터 사고 당일까지 거의 매일 눈이 내렸다. 적설량 최고치를 기록한 날에는 약 35㎝까지 눈이 쌓인 날도 있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린다고 해서 500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건물이 무너지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전문가들은 건물의 잘못된 시공법을 지적하고 있다. 경찰과 당국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시공법과 건축물 적법 여부는 초미의 관심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위급한 재난을 예상하지 못한 공사와 안전 불감증이 어우러진 ‘인재’라는 게 중론이다.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로 인해 대형사건의 10년 주기설, 20년 주기설 얘기가 또 나오고 있다.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 90년대 성수대교ㆍ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2013년 해병캠프 익사사고 등 우리 사회에 메가톤급 충격을 줬던 대형사건들이 일정 주기를 갖고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대형사건이 터지면 화들짝 놀라 ‘안전’을 외치다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언제그랬느냐는 듯 모두들 잊고 마는 것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정해진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재난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송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전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게 아니라 안전을 가능하게 하는 절차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물을 지을 때 이에 대한 절차와 규정을 지키고 또 이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놨다면 이와 같은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위급한 재난, 인재를 막을 수 잇는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했다.

1970년에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로 33명의 사망자가 나왔을때 ‘아, 아파트도 무너질 수 있구나’라며 사회적 경각심은 절정에 달했고, 안전강화에 매달려왔지만 우리는 45년동안 ‘말로만 안전’을 외쳐왔다는 절망감을 감출 수는 없어 보인다.

건물을 시공한 코오롱 측은 “2009년 9월 경주시에서 사용승인을 얻은 건물”이라며 불법 건축물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한번에 500명을 수용(마우나리조트 체육관 홈페이지 기준)한다고 홍보한 대형 건물에서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다.

대형사고 주기설 앞에서도 우리 사회는 계속 그랬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특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뒤늦은 대책이라도 철저하게 이뤄져 과거 악몽의 데자뷰 고리는 끊어야 한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젊은 생명의 희생에 대한 보상은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다.

gyelove@heraldcorp.com


▶대형 사건사고

사건 시기 사망자 수

와우아파트 붕괴 1970년 4월 33명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 1971년 12월 165명

서울 대왕코너 전소 1974년 11월 88명

부산 부전동 대아관광호텔 화재 1984년 1월 38명

대구 나이트클럽 거성관 화재 1991년 10월 16명

성수대교 붕괴 1994년 10월 32명

삼풍백화점 붕괴 1995년 6월 502명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1999년 6월 23명

대구 지하철 참사 2003년 2월 192명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붕괴 2014년 2월 10명(18일 오전 9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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