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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한 그곳의 기억…향기로 남다
아로마테라피·힐링열풍 타고 향초 인기
스트레스엔 시트러스·불면증엔 라벤더향

세계 유통 초 90% 파라핀…해롭지 않아
소이왁스 제품 더 좋다는건 편견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 앤 피치’ 매장엔 독특한 향기가 있다. 이랜드의‘ 후아유’ 매장에서도 특유의 오렌지 향이 난다. 고객들은 향기만 맡아도 그 브랜드를 떠올린다. 바로‘ 향기 마케팅’이다. 이제 공기도 스타일을 입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패션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인들도 향수로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다가 이제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향기를 입히기 시작했다. 자신만을 꾸미는 것에서 공간을 꾸미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확장된 것이다. 향초, 디퓨저, 룸스프레이로 대변되는 룸프레그런스 시장은‘ 힐링’이라는 사회적 트렌드를 타고 작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접하기 쉬운 향초는 유명 브랜드 제품부터 개인 숍의 커스텀 제품까지 우리 삶의 곳곳에 들어왔다.


▶싸구려 향기는 잊어주세요… 고급스러워진 향초=자취방에서 퀴퀴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켜던 향초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닉구탈, 조말론런던, 딥디크 등 니치 퍼퓸이 2012년 하반기에 국내에 대거 론칭하면서 향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커졌다. 개당 가격이 10만원대를 훌쩍 넘지만 선물용으로, 개인용으로도 인기다. 딥디크 관계자는 “2013년엔 전년 대비 200% 성장했을 정도로 캔들, 디퓨저 등 홈퍼퓸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며 “예전엔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절대다수였다면 작년 하반기 이후엔 본인이 사용하려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면서 향초에 대한 열기를 설명했다.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 제품 외에도 부티크 형태의 개인숍ㆍ향초 전문 편집숍도 늘었다. 여행지의 추억을 향기로 풀어낸 ‘메종 데 부지(Maison des Bougies)’, 가수 보아가 SNS에 올려 화제가 됐던 ‘수향’,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베이지컬리’ 등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커스텀 향초 전문숍들도 많다. 또한 우드윅, 에코야, 네이스트, 루트캔들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는 글로벌 멀티 캔들숍 ‘캔들나무’가 작년 10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론칭했다. 이어 대전 대구 광주 목포 울산 창원 등 지방까지 지점을 오픈해 향초가 라이프스타일 소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갑자기 ‘향초’인가=향초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아로마테라피로 불리는 ‘향’의 효능이다. 불면증,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이제 아로마테라피는 일상적인 치유법이 됐다. 스트레스 완화에는 시트러스, 레몬그라스, 베르가못 계열의 향을, 불면증에는 일랑일랑과 라벤더가 효과가 좋다. 오일을 직접 바르거나 마사지하기도 하지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향초도 좋은 대안이다.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휩쓴 ‘힐링’이라는 화두다. 조용히 타들어가는 불꽃은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명상 프로그램에서 환한 형광등 대신 초를 활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은은한 아로마와 불꽃의 조화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다.

커스텀 향초 브랜드 ‘수향’의 권수향 대표는 최근의 향초 열기에 대해 “혼자 있는 공간까지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졌다. 예전엔 향수로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했듯 이젠 룸 전체를 자신이 좋아하는 향기로 채우려는 것”이라고 봤다. 

딥디크‘ 베이(Baies) 프루티’   [사진제공=딥디크]
수향 소이왁스캔들과 디퓨저    [사진제공=수향]

▶소이왁스 캔들만 안전하다?=그렇다면 좋은 향초와 나쁜 향초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 사이 널리 퍼져 있는 소이왁스 제품이 파라핀보다 월등히 좋다고 맹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파라핀이 석유계 부산물이라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거나 발암물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봤다. 하이퀄리티의 파라핀은 이러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파라핀이냐, 소이왁스냐 등 왁스의 종류보다 좋은 퀄리티의 재료를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지컬리의 박인형 대표는 “현재 전 세계 유통되는 초의 90%가 파라핀이다. 무조건 파라핀을 피하고 소이왁스 제품을 찾는 것보다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자율안전확인 신고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지도 마찬가지다. 면ㆍ종이ㆍ나무 심지 등 다양한 심지가 있고, 각각 어울리는 왁스와 고유한 특성이 있을 뿐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니다.

향초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두 개 이상의 향초를 동시에 켜는 ‘향초 레이어링’도 인기다. 향이 섞여 복잡할 것 같지만 오히려 독특한 시그니처 향을 연출할 수 있다. 기본적인 룰만 알면 쉽게 응용이 가능하다. 베이스로 까는 향기는 약간 무거운 느낌(허벌ㆍ스파이시ㆍ우디ㆍ플로럴)을, 위에 더하는 향기는 가벼운 느낌(시트러스ㆍ프루티)을 선택하면 된다. 꽃과 풀의 조합인 플로럴과 그린은 은은하면서도 화사하고, 과일 향에 시트러스를 더하면 상쾌함이 배가되는 식이다. 정 어렵다면 매장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조말론‘ 저스트 라이크 선데이’      [사진제공=조말론]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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