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꽃 한번 피워보지도 못한 청춘들…결국 또 人災에 스러졌다
샌드위치 패널 이용 PEB공법으로 건축
내부 기둥없이 건물·폭 길이 무한정 늘려
적설량 50㎝…지붕에 쌓인 눈 148t 추정
제설작업 소홀…안전불감증이 참사불러

결국은 또 인재(人災)였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또 하나의 대형 사건이 터졌다. 역시나 메가톤급 사건이 발생한 후 안전문제와 재난예방시스템에 대한 ‘뒷북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붕괴로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한 사고는 결국 인재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주 일대에 내린 폭설에다 리조트 측의 안이한 시설물 관리가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리조트 측은 강당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눈 하중에 취약함에도 제설을 제대로 하지 않고 대규모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고가 난 강당은 리조트가 문을 연 지 3년 만인 2009년 추가로 증축됐으며, 강당은 100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어 대학교 행사나 연회 공간으로 자주 이용돼 왔다. 이 강당은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PEB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졌다. PEB공법은 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을 샌드위치 패널로 붙이는 건축법이다. 재래식 ‘H-빔공법’과 달리 건물 내 기둥이 없이 최대 건물 폭을 120m까지, 건물 길이는 무한정 늘릴 수 있다. 경주 등은 눈이 비교적 적게 내리는 지역 특성상 이런 공법을 이용해 대형 건물을 많이 지었다.

하지만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경주지역에는 평균 50㎝가 넘는 눈이 내렸다. 눈이 1㎡의 면적에 50㎝가량 쌓일 경우 무게만도 평균 1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강당의 바닥 면적은 990㎡ 규모로 이 강당 지붕에 쌓인 눈 무게는 148t 이상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강당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라서 일반 콘크리트 구조보다 눈의 하중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건축 전문가는 “강철이 적게 들어간 골격 방향으로 눈이 쏠려서 아래로 향하는 무게가 집중되면 건물의 균형이 깨지면서 쉽게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리조트 측은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고도 제설을 하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지붕 위에 쌓인 눈에 대한 제설작업만 제때 이뤄졌어도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결국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이 됐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소중한 젊은 목숨이 희생된 셈이다.

한편 사고현장에는 울산, 경주, 포항 등 인근 지역 소방인력 100여명과 장비가 총동원돼 구조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18일 오전 현재 기동대 5개 중대, 2개 특공대, 순찰차 44대와 실종자 수색 경찰견 4마리를 현장에 급파해 구조지원활동 중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번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상황실에서 총괄지휘에 나섰다. 이 청장과 수사ㆍ경비국장 등은 이날 오전 붕괴현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경찰은 사고수습을 마무리하는대로 리조트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한 뒤 과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부실공사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주=김상일 기자ㆍ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