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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성 없는 ‘구조화 여신’ 검사…대출사기 실마리도 전혀 못잡아
정기검사 불구 허점 인지 못해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의 ‘구조화 여신’에 대한 검사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중은행 3곳이 2000억원 이상의 대출사기를 당하고 있는 사이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정기검사를 진행했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구조화 여신같은 최신 기법이 시장에 속속 들어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검사 기술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협력업체의 3000억원대 대출사기 덜미는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상시감시시스템에서 잡혔다. BS저축은행의 동일차주 한도 초과 정황이 시스템에 포착됐는데, 중소업체들이 SPC(특수목적회사)까지 세워 복잡하게 대출받은 게 이상했던 검사역의 ‘감(感)’으로 검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사건에 연루된 협력업체 7곳이 2008년부터 대출사기를 감행했지만, 피해 규모가 저축은행보다 3배 이상 큰 시중은행들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사건의 피해 은행인 하나ㆍNH농협ㆍKB국민은행 등에 대해 지난 2008년 이후 2번 이상의 정기검사를 진행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서슬퍼런 검사를 진행했는데도 대규모 조직적 대출사기의 실마리도 잡지 못한 셈이다.

금감원이 대출사기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이번 사건에 악용된 자산유동화대출(ABL)과 같은 ‘구조화 여신’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통방식의 검사로는 허점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보통 여신 심사 관련검사는 여신 대상 및 한도, 담보, 대출 절차 등의 적정성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대출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자산실사, 외부회계감사 자료는 물론 여신심사위원회 등 절차상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런 기준으로 이번 대출사기 건을 살펴보면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대출 대상이 중소기업 1곳이 아니라 이들이 모인 SPC라 위험부담이 줄고, 이자 연체도 없어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담보 역시 대기업 자회사의 매출 채권이라 확실하고, 대출 과정도 은행별로 여신심사위원회를 통해 대출을 성사시켜 문제될 것이 없다. 심지어 여신 구조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AA와 A를 받고, 타 금융사의 지급보증 및 신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이 왜 이례적으로 SPC를 통해 대출했는지, 은행들이 매출채권 진위 즉 실제 매출이 발생 여부를 언제 확인했는지는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출 주체는 SPC지만, 실제 자금이 흘러간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 점검 여부도 살펴봐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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