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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각각 시장지표가 주택시장 혼란 키운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인천에서 주유소를 하고 있는 장모씨(43)는 요즘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다가 조금 혼란을 겪고 있다. 거래량이 늘면서 시세도 오르고 있어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쪽에선 오히려 거래량이 줄었다는 발표를 봤기 때문이다. 장씨는 “작년 말부터 시장이 곧 회복된다는 이야길 듣고 주택 매입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다른 쪽에선 거래량이 줄고 시세도 별로 안올랐다는 발표도 나오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 등이 발표하는 부동산 통계가 엇갈려 주택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정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한쪽에서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다른 쪽에서는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 같은 지역인데 어떤 기관 집계로는 아파트값이 오르고 다른 기관 조사결과는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엇갈린 아파트 거래량 집계= 17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부동산 사이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거래량은 498건, 297건으로 각각 전달보다 2건, 6건 늘었다.

지난해 12월엔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한해 취득세 면제 혜택을 한시적으로 줬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았음에도 1월 거래가 더 증가한 것은 주택시장 회복의 신호로 여겨졌다. 서울시 토지정보팀 관계자는 “강남권은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14일 발표한 실거래가 자료로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구 아파트는 511건 거래돼 전달(540건)보다 29건 줄었고, 서초구도 376건 매매돼 전달(422건)보다 46건 감소했다.

같은 강남지역 실거래 정보인데 서울시는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국토부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단순히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만 따져도 서울시 집계로는 5423건인데 국토부 자료로는 4841건으로 580건이나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실거래가 통계인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왜 이리 다를까.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아파트 매매가 발생한 후 기초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입력을 하는 ‘부동산거래관리 시스템(RTMS)’ 자료를 토대로 통계를 작성한다.

문제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신거래 신고건 가운데 오류(시세 보다 과도하게 높거나 낮게 신고 된 경우나 등)나 입력 미비(면적 등 기본 정보가 빠진 신고건) 등을 각각 다른 기준으로 분류해서 통계에 활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매일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서울시 정보는 오류나 입력미비 건도 가급적 거래량 정보에 적극 반영하지만, 한 달 간격으로 업데이트하는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는 조금 더 정리된 내용만을 반영하므로 거래량이 작은 것처럼 집계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기관별로 통일되지 못한 누락 거래 기준으로 인해 거래량 정보가 서로 달라진 셈이다.

서울시 토지정보팀 관계자는 “국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실거래가 작성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의 제각각 시세= 시세 흐름도 발표하는 기관마다 반대의 결과를 내놓아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의 공식 시세 집계 기관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0.15%, 0.03% 각각 하락했다.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강남권 시세가 내리막길을 걸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KB시세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국민은행 시세 흐름은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이 0.07%, 0.02% 각각 올랐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강남 아파트값이 떨어졌는데 국민은행 집계로는 오히려 오른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은 0.01% 올라 11월(-0.07%), 12월(-0.15%)에 이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시세 동향에 따르면 11월(-0.04), 12월(–0.03%)에 이어 1월 –0.05% 변동률로 낙폭이 더 커졌다.

이 현상도 두 기관의 조사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생겼다. KB시세는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뽑아 집주인의 부르는 값(호가)이 반영되며 감정원 시세는 전문평가사가 직접 시세를 조사해 실거래가를 우선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시세 정보는 혼란스러워하기 보다는 감정원과 국민은행의 시세 작성 방식을 고려해 비교하며 활용하는 게 좋다”며 “매매에 필요한 시세 정보라면 여러 중개업소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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