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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 - 최윤정> 이탈리아, 디지털 선물로 명절 고민 없앤다
로마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카를로 씨는 경제 위기로 인한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2010년부터 공무원 월급이 동결되는 바람에 생활이 빠듯해졌다. 물가는 끊임없이 오르고 앞으로 갚아야 할 주택 융자 대출도 깜깜해 휴가는 제쳐두고 생활필수품 위주로만 구매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 최대 명절이자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 흩어진 형제, 자매, 조카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렘은 잠시였다. 음식 준비와 친지들 선물 구입으로 고민 아닌 고민에 빠진 것이다. 선물할 가족 수는 많은데 1인당 10유로, 20유로 정도의 낮은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선물 구매가 쉽지 않던 중 며칠 전 동료의 말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선물하는 것.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디지털 소프트웨어 제품의 판매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Corriere della Sera)와 한 신용카드 발급업체가 매달 시행하는 신용카드 소비 통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대목기간인 지난해 11~12월 동안 소프트웨어나 앱의 구매가 전년 동기 대비 38%나 높아졌다고 한다. 스마트폰 같은 통신 관련 제품도 21% 증가했다. 대신 전통적 명절 선물로 선호되어 오던 먹거리 선물세트 판매는 8.4% 줄었고, 의류와 같은 불요불급한 제품의 경우 14.6%나 감소했다.

이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하이테크 제품 사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시장에서 태블릿은 지난해 약 300만대가 팔렸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69.2%나 증가한 수치다. 또 스마트 기기(Smart Connected Device) 시장을 대표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380만대로, 전년도보다 33.8%나 더 팔렸다. 경기불황, 실업률 증가, 가정소득 감소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1~74세 인구의 약 78.9% 수준인 약 3800만명(2012년 기준)이 인터넷 접속을 즐기고 있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이제 이탈리아인들의 일상도 스마트기기의 시장 출범으로 디지털과 친숙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도 디지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팔리는 디지털 선물의 유형도 다양하다. e-북, 아이튠즈 음악 앨범, 비디오 게임 및 앱 등은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개인의 사진과 음악을 비디오로 편집해서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 봉사단체에 일정금액 기부 후 디지털 카드를 선물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선물 패키지들이 출시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보고서는 크리스마스 명절 전후 현지인들의 신용카드 구매 횟수는 높아졌으나 전체 금액은 낮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기불황으로 야기된 이탈리아인들의 빈곤화는 가급적 저렴하지만 실속 있는 ‘스마트’한 소비를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속한 디지털화와 불황형 스마트 소비의 확산, 이 두 가지가 맞물린 현상이 작년 이탈리아인들의 크리스마스 명절 소비행태로 나타났으며 이는 올해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윤정 코트라 밀라노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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