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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피로 환자는 억울하다
피곤해 죽겠는데 일반 검사선 ‘정상’ 하소연도 못해…‘좀 쉬고싶다’ 는 만성피로, 생활 불가능한 만성피로증후군과는 달라
# 직장인 박모(45) 씨가 10개월 전부터 발생한 극심한 피로증상으로 강북삼성병원 만성피로클리닉 김철환 교수(가정의학과)를 찾았다. 대기업에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과거 특별한 질병은 없었다. 10개월 전에 심한 감기 증상을 앓은 후에 기력이 빠지고 전신의 통증이 있었으며, 늘 몸살기운이 있었다고 했다. 두통도 생겨 자주 두통약을 복용했으며 아무리 쉬거나 잠을 자도 기운이 회복이 되지 않았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설사 증상도 자주 보였다. 점차 일에 대한 능률이 떨어져 30분 정도 집중하기도 힘들어지고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는 건망증 증상도 자주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전에 잘하던 운동도 10분 정도 하고 나면 심하게 기력이 약해지고 전신의 통증이 심해 1, 2일 정도는 아무런 활동도 못 할 정도여서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많은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박 씨는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돼 3개월 전에 휴직계를 제출한 후 현재 쉬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항상 피로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친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몸에 기운이 없어 일을 못한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몇 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낄 때는 원인을 찾아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람들이 만성피로를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만성피로의 원인은 크게 신체 질환, 정신 질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로 나눌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만성피로클리닉 김철환 교수(가정의학과)가 기자의 만성피로도 검사를 위해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피로를 일으키는 흔한 신체 질환으로는 빈혈, 결핵, 만성 간질환(만성간염ㆍ간경화 등),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부전증, 심부전증, 암 등이 있다. 신체 질환에 의한 피로는 피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치료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진다. 또한 피로 외에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면 빈혈의 경우는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이 있고, 간 질환에서는 소화불량이나 황달, 복수가 동반되며, 당뇨병에서는 물을 많이 먹고 소변도 자주 보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등이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서는 식욕은 증가하되 체중이 줄며, 기능 저하증은 피부가 거칠어지고 추위를 잘 타며 변비ㆍ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심부전증에서는 운동 시 호흡 곤란, 흉부 압박감이나 흉통,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신부전증도 부종을 동반한다. 

만성피로환자가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관련한 각성 뇌파검사를 받고 있다.

만성피로를 유발하는 두 번째 경우는 정신 질환이 있는 경우다. 피로를 유발하는 정신 질환으로는 우울증과 불안증이 가장 흔하다.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우울하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고, 정신 활동이 느려지며, 그 결과로 피로를 심하게 느끼게 된다.

불면증이나 두통, 식욕 부진 또는 증가, 소화불량, 변비, 성욕 감퇴 등의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불안증 환자는 일상생활에 대해 정도가 지나친 불안과 불필요한 걱정에 빠져 있으며, 특정한 불안 상황이 없는 경우에도 항상 마음이 불안하다.

불안증 환자는 근육의 긴장과 심장의 박동이 항진돼 있고 두통, 불면증, 흉부 압박감 등으로 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한다. 정신 질환에 의한 피로는 검사상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으면서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고,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피로의 정도에 기복이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만성피로환자가 통증의 강도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만성피로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일상 업무에서 어려운 점에 처해 있고 생활이 불규칙하며,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으면 만성적으로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며 “여기에 과음이나 운동 부족 등이 겹치고, 심리적으로는 경쟁적이고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완벽주의적이라면 피로감은 더욱 심해진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만성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은 구별을 해야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를 유발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병이 없으면서도 휴식 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정도의 극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미열, 인후통, 임파선 종창, 근육통, 두통,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등이 동반되는 드물고도 심각한 병이다. 만성피로가 여러 질병이나 질환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인 데 비해, 만성피로증후군은 어떤 특정한 질환이다. 

만성피로환자가 심장박동의 미세한 변화를 살펴보는 자율신경 균형검사를 받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강북삼성병원 만성피로클리닉 김철환 교수는 “모든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만성피로 증상이 있지만, 환자가 만성피로 증상을 호소한다고 하여 만성피로증후군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좀 쉬고 싶다는 느낌을 넘어 ‘도저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일 자체를 못할 정도’가 되어야 판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성피로증후군은 과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후 피로증후군’ ‘근통성뇌척수염’ 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기능과 관련해 중추신경계통의 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해 전신의 근육통과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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