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든 빙판을 떠난 이규혁(36ㆍ서울시청)에게 어머니 이인숙(59)씨는 가장 먼저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아들의 아쉬운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이씨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아들의 올림픽 경기를 TV로 응원했다. 지난 5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후보로 주목받았을 때는 떨려서 도저히 생중계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이 마음의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이씨도 경기를 지켜볼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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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은 지금의 이규혁을 있게 해 준 가장 큰 힘이다. 1995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이규혁(가운데)이 아버지 이익환씨, 어머니 이인숙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규혁 선수 측] |
그는 “마음을 내려놓았는데도 막상 경기 시작하고 2번째 조 앞에서부터는 마음이 떨렸다”면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아들에게 “긴 세월 동안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마지막까지 세계적인 선수로 남아있어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규혁이가 그동안 스케이트만 타느라 못했던 것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빙상계 대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피겨 국가대표 출신인 이씨는 한국 피겨계의 ‘대모’이자 빙상계의 전설 중 한명이다. 그는 “규혁이가 평생 동안 빙상계에 몸 담아 왔으니까 본인이 알고 있는 노하우나 기술들을 앞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2018년에는 평창 올림픽이 있으니까 그때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이 나도록 일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이 평생 꿈꿔왔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메달 꿈에 대해서도 “아쉽지만 할 수 없죠”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까 지도자가 되어서 후배들 데리고 메달 따면 된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그동안 아들의 걸어온 길을 책으로 정리해서 선물할 예정이다. 지금 한창 작업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저도 겪었지만 평생을 스케이트에 몸 담았는데 갑자기 그만두고 나면 허무하다”면서 “반드시 책으로 남겨서 아들이 지나온 시간을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의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규혁의 소치노트’와 관련 “규혁이가 굉장히 섬세하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전지훈련 가면 남는 시간에 책을 많이 보더라. 편지를 하나 써도 감동을 주게 글을 잘 쓰더라”며 미소지었다.
이씨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아들의 은퇴식도 멋지게 준비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 아들에 그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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