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친근한 회장님’ 재계에 부는 바람
‘3세 경영’ 젊은 예비 회장님들
군림하지 않는 수평적 리더십 확산
조직역량 극대화 위한 적극적 소통도

수평적 리더십은 이제 재계의 보편적 가치다. 창조와 혁신이 경제적 부가가치와 같은 의미로 자리 잡으면서 수평적 리더십은 크리더십의 충분조건이 됐다. 특히 창업자와 계승자의 1, 2세를 지나 3세 경영을 준비하는 ‘예비 회장님’들은 수평적 리더십의 전도사다.

SK그룹 3대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재계 수평적 리더십의 개척자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수펙스추구협의회다. 회장의 ‘결심’이 아니라, 협의회 멤버들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주요 경영현안을 결정한다.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멤버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지 못하면 독단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수펙스추구협의회장도 전문경영인 출신인 김창근 부회장이다.

최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 대상은 고위 임원뿐 아니다. 최 회장은 2012년 2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후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을 잇달아 방문,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며 어울렸다. SK하이닉스는 2년 후 그룹 내 최고 이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났다.

공식적인 대외활동이 없기로 정평이 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평적 리더십에는 적극적이다. 그가 매년 꼬박꼬박 참석하는 행사는 단 두 개다. 그룹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 그리고 신입사원 수련회다.

삼성을 이끌 야전지휘관들과 신병들을 꼼꼼히 챙기는 셈이다. 상무보 시절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수 연구원들과 금융 관련 주제를 설정, 토의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소통 바이러스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돼, 이제는 삼성의 사장단들도 대학생, 신입사원들과의 만남에 앞장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수평적 리더십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주변에서는 종종 직원들과 함께 어울리는 정 부회장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바쁜 일정이지만, 짬만 나면 ‘번개’ 모임을 갖는다. 직원들의 애경사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특히 정 부회장은 수평적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좋은 귀’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과 만난 임직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는 물론 때로는 쓴소리까지도 거침없이 할 정도다.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은 재계 3세 가운데 ‘소통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가을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신입사원 캠프에서 “행복한 인재란 주변 사람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잘못했을 때 솔직히 이를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스스로를 포함해 신세계와 이마트 임직원 모두 수평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차 세대는 선도형 리더십을, 계승자 세대는 화두 제시형 리더십이 필요한 덕목이었다면, 3세 경영에서 필요한 것은 이미 갖춰진 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동기부여형 리더십”이라며 “결국 얼마만큼 수평적 리더십을 잘 발휘하느냐에 기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