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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잃어버린 30년에서 또다시 30년이 지났건만…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제자리걸음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잃어버린 30년’으로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을 눈물 적셨던 1980년대 초반 이산가족 찾기 행사도 어느덧 30년 전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기러기 아빠나 맞벌이 부부, 가족과 떨어진 독거노인 등을 ‘신(新)이산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북분단으로 인해 생겨난 ‘이산가족’이야말로 해체된 가족의 상징임을 역설해준다. 이 땅에 이산가족이란 단어가 생긴지 60여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이산가족은 여전히 분단의 아픔을 가장 아프게,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남아 있다. 분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이산의 아픔도 완전하게 치유되긴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남도 북도 이산가족을 정치·군사에 연계시켜=많은 이들은 무엇보다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관계의 정치적·군사적 사안과 분리해야한다고 말한다. 황정주 통일부 이산가족과장은 “이산가족 문제에 있어서 핵심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고,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핵심은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군사적 문제와 분리해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정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단됐던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남북이 개성공단을 정치·군사적 영향을 받지 않고 끌어가기로 합의한 것처럼 이산가족상봉단 방문을 비롯해 생사·주소 확인, 서신교환 등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남북관계가 그러하듯이 북한의 태도다. 지난해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나흘 앞두고 금강산관광과 연계시키면서 돌연 무산시켰던 북한은 이번에는 연례적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오는 20~25일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또다시 무산시킬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도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군사적 사안과 분리해 다루고 있지만은 않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그나마 꾸준히 이어지던 이산가족 상봉은 대북강경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 두 차례에 그쳤다.

2009년 이후 급감한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교류 수치는 남한 역시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군사적 사안과 연계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산가족상봉제도도 개선해야=북한과 합의가 필요 없는 부분부터 이산가족 상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2009년 9월 금강산에서 북한에 사는 사촌형 정봉학 씨와 상봉했던 정봉주 전 의원은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전날 전체 상봉단이 방북교육을 받았는데 20~30년 전 내용을 가지고 사실상 반공교육을 진행했다”며 “북한에서 나온 가족들을 만난다고 정치적, 이념적으로 감화되거나 동화될 리도 없는데 정부가 정치지체 현상을 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2박3일 동안 첫날 단체상봉, 둘째날 개별상봉, 공동중식, 실내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 등 5차례 이뤄지는 만남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회포 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오히려 응어리가 생겨 이산상봉을 하고 오신 분들이 얼마 뒤 돌아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북측의 감정을 안 건드리는 범위 안에서 가족들끼리 만날 횟수와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봉단 사전교육 문제는 다행히 이번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황정주 통일부 이산가족과장은 이와 관련, “상봉단에게 사전에 기본적인 통일교육을 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5~10분 분량의 영상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이외에는 금강산에서 응급상황 발생시 연락처 안내 등 교육이 아닌 안내형식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군포로·납북자 이산가족 문제는 조명도 못받아=이산가족 문제의 또 다른 은밀한 속살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다. 정부는 북한과의 접촉 등 계기 때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지만 가족들의 입장에선 미흡하기만 하다. 유영복 6·25 국군포로가족회 명예대표는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경우 이제 북한에서 생존해 계신 분들이 거의 없는데 제삿날조차 모른다”며 “이들은 남과 북으로부터 모두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다. 정부는 근본적 대책 없이 해야만된다고, 곧 하겠다고 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한탄했다.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한 지난 5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실무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산상봉을 대가로 대북 식량 및 비료지원을 논의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오해만을 사기도 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공론화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 “서독이 동독의 정치범을 송환받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도입하는 등 이 문제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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