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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엘리베이터-쉰들러, ‘동지’에서 ‘앙숙’으로…팽팽한 신경전
-쉰들러 지난 7일 글로벌텔레콘퍼런스 “지분 매각 보류…적대적M&A안해”

-현대엘리베이터 9일 반박 자료 “악어의 눈물…M&A 시도 의사 내비춰”

-위기의 시기 같이한 ‘동지’가 10년 만에 ‘앙숙’으로…갈등 당분간 계속될 듯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10년 전 ‘동지’가 ‘앙숙’이 됐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홀딩AG(쉰들러)의 이야기다. 법적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두 회사의 대립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가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입장이고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라며 맞서고 있다.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이 직접 참여한 지난 7일 글로벌텔레콘퍼런스에 대해서도 현대엘리베이터는 “변명과 궤변의 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쉰들러 “지분 매각, 소액 주주 위해 보류”-현대엘리 “악어의 눈물…주주 기만 행위”=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지난 7일 전 세계 언론 매체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텔레콘퍼런서에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투자로 그동안 막대한 손실을 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유상증자 이후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힌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쉰들러 회장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소액주주 등 기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데다 향후 세계 시장에서의 평판이 훼손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9일 쉰들러의 텔레콘퍼런스 내용에 대해 “주가하락을 주도한 쉰들러가 소액 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악어의 눈물’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유상증자 불참관련 기자간담회 지분전량매각 협박, 한국시장철수 등을 운운하며 주가하락을 주도한 쉰들러가 ‘소액 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은 악어의 눈물을 연상시키는 일”이라며 “주주의 유상증자 참여여부는 자체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2대 주주가 기자간담회까지 하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부정적 내용을 확대해 주가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할 일”이라고 맞섰다.

이어 “특히 당장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으면서 지분 매각 가능성을 반복해 언급하는 것은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협박해 자신들의 우군으로 포섭하기 위한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알프레드쉰들러 쉰들러홀딩AG 회장(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적대적 M&A’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적대적 M&A 여부를 놓고 양 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쉰들러는 “전혀 가능성 없다”는 입장이고 현대엘리베이터는 “M&A 시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텔레콘퍼런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70건의 M&A를 결정했으며 이 중 적대적 M&A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우리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려 한다는 주장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자멸을 초래할 수 있는 순환출자 구조와 위험성 등을 가리기 위한 연막전술”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세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주식을 모두 팔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 ▷100% 대손처리 후 5년 가량 기다리는 것,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분 매각을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현재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안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쉰들러가 세번째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즉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할 의사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춘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에 대해 “M&A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속내를 비쳤다”며 “쉰들러의 부당한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현대건설 인수전 등 ‘범현대가 갈등’으로 틀어진 인연=지금은 앙숙과 다름 없지만 약 10년 전만 해도 두 회사는 서로의 ‘우군’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인연의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고 정몽헌 회장 타계 후 현정은 회장은 시숙부인 정상영 KCC명예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당시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사들였지만 ‘5% 룰(5% 이상 보유자 지분 변동 시 신고 의무)’ 을 위반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지분 매각 명령을 받으면서 주식을 팔아야했다.

이 주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이 쉰들러다. 알프레드쉰들러 회장은 2004년 2월 현정은 회장과 직접 만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를 사들이는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하지만 국내 공정거래법상 쉰들러의 지분 매입이 어려워지면서 LOI는 파기됐다.

이후 쉰들러는 KCC로부터 25.5%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로 올라섰다. 쉰들러와 현정은 회장은 당시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주고 받고 2007년 10월에는 금강산에서 양 측 회장이 직접 만남을 갖는 등 ‘파트너십’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0년부터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현대상선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쉰들러 측은 “순환출자 구조 문제가 복잡한 만큼 현대건설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현대그룹은 쉰들러의 의견을 무시하고 현대건설 인수를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이사회의사록 및 회계장부 열람ㆍ등사가처분 소송,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및 본안 소송, 위법행위유지청구소(파생금융계약 체결금지) 등 5건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중 현재까지 판결이 난 4건은 모두 쉰들러가 패소했다.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기존 30.93%에서 최근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37.71%로 늘어났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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