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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 - 최원석> 방글라데시 정부조달 시장, 한국에 러브콜
지난 연말 방글라데시 정부조달 시장에 뜻 깊은 사건이 있었다. 방글라데시 육군 조달에서 한국의 국가등급이 A등급으로 올라선 것이다. 35만의 대군을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육군은 각종 차량, 선박, 건설장비, 보급장비, 통신장비 등의 조달 규모가 연간 1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상당수 품목의 경우 조달에 참가할 수 있는 국가 등급(원산지)이 A등급으로 제한되어 있고, 한국은 중국, 대만 등과 함께 B등급에 속해 있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그동안 막혀 있었다. 군을 포함하여 우리 기업의 방글라데시 정부 조달 시장 진출 기회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정부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바이어다.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많은 부분이 정부의 손에 달려있는데, 정부 자체의 세수(稅收) 기반은 미약하지만 전 세계에서 원조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군의 경우 평화유지군 파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달 재원의 약 20%는 유엔에서 나오고 있다. 둘째, 자체 제조업 기반이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국제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의류제조업 외에는 복제(複製)약품, 선박, 플라스틱 등 극히 일부 산업만이 겨우 제조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선진국 기업들은 낮은 수익성 때문에 방글라데시 조달 시장 진출을 점점 기피하는 추세다. 반면, 다수가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방글라데시 정부 인사들은 중국 제품을 조달하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넷째,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그 어느 나라보다 좋은 편이다.

반응은 정부 조달 에이전트들에게서 즉각 나타나고 있다. 정부 조달은 에이전트를 동반하는 것이 필수인데, 무역관에는 이런저런 조달 정보를 가지고 에이전트들이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방글라데시 쪽으로 보면, 정부 조달은 항시 의사결정이 느린 데다 부정부패가 연루되어 있다. 입찰 정보가 공개되는 시점에서 납기일까지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지 않으면 참가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신용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에이전트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기업들은 방글라데시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 인식이 매우 낮다. 또 현장에서 느끼기에 우리 기업의 진출 의지가 부족한 부분도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기관들은 나름의 수요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조달하고자 하는데 ‘그런 식의 맞춤 제작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는다.

우리 기업과 정부, 관련 기업단체가 협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방글라데시는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현지 정보를 입수하거나 바이어를 접촉하기는 선진국에 비해 쉬운 편이다. 문제는 막상 조달 수요가 있을 때 그에 맞는 한국 기업을 찾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국에서 제조되는 품목이라고 생각해서 기업을 물색하다가 허탕을 치기도 하고, 어렵사리 찾은 기업이 해외 입찰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여 실망하기도 한다. 그간의 수출 지원 노력이 해외 바이어 정보를 찾는 데 집중되어 왔다면 이제는 ‘특정 분야 해외 시장에의 진출 역량과 의지가 있는 우리 기업’의 정보가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공유될 필요가 있다.

최원석 코트라 디카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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