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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 길 먼 생보산업下)규제 속에 묻힌…저금리에 규제 발목 ‘자물쇠’를 풀어라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고 말한다. 금융소비자가 맡긴 돈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종 규제가 가해진다. 특히 공익 및 공공성을 담보하고, 장기간 자산운용의 책임을 지고 있는 보험산업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산업을 멍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규제 역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적절한 규제와 더불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생보업계의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내기가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금리 역마진으로 인한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강화 요구에 보험료 조정까지 제한을 받으면서 그야말로 생보업계는 사면초가다.

▶보험료 자율결정 무시 등 시장원리 작동안돼=지난해 3월 생명보험업계는 새 회계연도를 앞두고 보험료 조정작업에 착수했다. 보험료 산출의 주요 근거인 표준이율이 기존 3.75%에서 3.5%로 0.5% 포인트 인하됐기 때문이다. 표준이율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충분히 지급하기 위한 재원인 책임준비금을 적립할 때 적용하는 이율로, 시장금리에 연동된다. 즉 시장금리가 낮아질 수록 표준이율은 내려가고, 보험사들은 이에 맞춰 보험료 조정의 주요 요소인 예정이율을 변경한다. 예정이율의 변동은 곧 보험료의 변경을 야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이율과 예정이율은 연동돼 표준이율이 인하되면 예정이율을 인하하게 된다”며 “예정이율이 내려가면 보험료 인상 부담이 커져 보험료를 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표준이율 인하에도 불구 생보사들에게 예정이율 변경을 자제토록 했다. 보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보험가격 자유화에 따라 보험사는 적용위험률은 물론 예정이율, 사업비 등 시장원리가 무시된 조치라며 우려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예정이율 하락에 따른 보험료 인상 부담을 사업비 인하 조정을 통해 마무리했다. 생보사들의 손익구조는 그 만큼 악화된 셈이다.

국내의 경우 경험생명표 변경주기가 3년으로 짧고, 경험통계 사용 요건이 5년이상 집적돼야 사용할 수 있는 등 규제가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요율할증 변경범위도 10%내외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험률 차익을 거둘 수도 없는 구조다. 보험료 자율결정을 규제할 경우 그 만큼 경영은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저금리로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확보도 어렵다. 다양한 위험요인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위험률 조정도 쉽지 않다. 이에 보험전문가들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운용 부담을 해소하고, 적정수준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표준이율 산출 방식을 개선해 표준이율 하락시 예정이율과 사업비는 현행 규정내에서 보험회사가 자율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위험률 변경주기 역시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할증 범위도 확대하는 등 경험통계 사용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원리에 맞춰 보험사들이 보험료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체계 확립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금리에 RBC규제 강화까지 ‘경영난 심화’=금융당국은 오는 3월 도입 목표로 재무건전성의 대표 지표인 RBC(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비율에 대한 신뢰수준을 기존 95%에서 99%로 상향할 방침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자산운용수익 하락 등 보험사의 경영부담이 클 것이란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도 금리위험액 신뢰수준 등 일부 항목에 대해 적용기간을 6개월 유예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변 일변도의 RBC비율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다.

보험연구원은 금융당국의 RBC 규제 강화에 따른 생보업계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생명보험사는 11개사가, 손해보험사는 6개사가 금융당국의 RBC비율 권고치인 150%에 미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RBC 규제 강화 영향에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손 발생 등 우발적인 하락요인을 감안할 때 RBC비율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보험사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표준이율 인하에 따른 보험료 인상 억제 등 병행되고 있는 금융당국의 급격한 규제정책은 국내 보험시장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삼성생명 등 빅3사가 제외된 10개 생명보험사들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RBC비율 상향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및 후순위채 발행 등 쏟아부은 자금이 무려 1조8000억원을 넘는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좀처럼 경영부담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표 참조)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급격한 RBC 규제 강화는 경영실적과 상관없이 RBC비율 하락을 부추겨 신용등급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 하락은 국내 보험사의 대내외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자본확충 및 해외진출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RBC 규제강화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국내 보험사의 감내능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 국내 은행들이 준비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바젤Ⅲ 도입을 유예해 준 사례와 같이 RBC 규제 강화 추진방안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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