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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얼굴의 철새…나는 용의자인가…억울한 피해자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난 네 차례 모두 야생철새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도 철새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AI는 닭이나 오리, 야생조류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병하며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 등에 직접 접촉할 때 전염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륙 간 이동이 잦은 철새를 따라 유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정부는 자생적으로 발병하기보다는 철새를 따라 AI가 유입됐다는 입장이다. 첫 발생지인 전북 고창군 신림면은 대표적 겨울철새 도래지인 동림저수지에서 약 10㎞ 거리에 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고병원성 AI는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시베리아에서 감염된 철새가 오면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2003년 국내에서 AI가 발생됐을 당시 세계적으로 발병보고가 없어 발생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그 이전에 동남아시아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오히려 철새도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가창오리가 이번 겨울 동림저수지에 서식한 기간은 80여일로 AI 최대 잠복기 21일을 훌쩍 넘겼다. 또 AI 발생시기로 따지면 전북 고창의 종오리농가에서 먼저 AI가 발병하고 나서 근처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동아시아ㆍ대양주 이동조류 협력기구(EAAFP)는 “전라지역에서 보고된 H5N8과 같은 고병원성 AI는 일반적으로 오리농장같이 매우 좁은 공간의 비자연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며, 지금까지 야생 조류에서 발생됐다는 보고는 없다”며 “H5N8이 철새 무리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입증될 수 없다”고 밝혔다. EAAFP는 “고병원성 AI는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등 외부 환경으로 전염됐을 확률이 높고, 이런 경우 감염된 대부분 철새는 매우 빠르게 죽는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이 성명을 통해 “이미 11월 초 도래한 가창오리가 12월 말쯤 AI를 퍼뜨렸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근거와 논리만으로는 AI가 철새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감시를 주요 대책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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