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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서지혜> 왕따 방지, 방관자 아닌 관찰자 돼야
“왕따의 방관자(bystander)가 돼선 안 된다.”

학교폭력 관련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인 ‘당신의 아이를 학교폭력으로부터 영원히 보호하기: 놀림, 조롱, 왕따 예방법’의 저자 졸 헤이버(Joel Haber) 박사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한일학생 학교폭력 예방 화상토론’에서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을 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 때문에 최근의 따돌림은 학교를 벗어나 24시간 계속되는데, 모두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60여명의 고등학생 및 대학생들은 국적과 학교, 나이는 모두 달랐지만,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느낌을 공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한 일본 학생은 “피해자 역시 자신의 느낌을 잘 설명해야 가해 학생들도 그 고통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최근 학교폭력 상황을 살펴보면, 육체폭력보다는 언어폭력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히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가 청소년들에게도 확산되면서 피해자들은 ‘증명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폭력의 도구는 달라졌어도 구조는 과거와 유사하다. 힘을 가진 학생들이 가해를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이를 바라보는 ‘방관자’로 남는다. 방관자학생들은 학교폭력의 상황을 보고도 이를 침묵한다. 하지만 자신이 다음 왕따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피해학생을 돕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것인 만큼 방관자학생의 잘못을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졸 헤이버 박사는 “모두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왕따를 막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교사가 학교폭력의 상황을 인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학급의 친구들이 ‘방관자’에서 벗어나 ‘관찰자’가 돼주고, 이 상황을 인지한 교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다면 극단적 왕따 피해는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 한국 학생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날로 변화하는 게 보였다”고 했다. 왕따 피해를 예방하는 것, 간단한 것에 답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지혜 사회부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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