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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법도 판결도 무시하고 직원 징계… 법원 “정의에 현저히 위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이 법을 무시하고 직원을 징계했다가 법원 판결을 통해 취소된 뒤, 판결의 취지마저 무시하고 재차 징계를 내렸다가 또 다시 취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국정원 직원 이모 씨가 국정원을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09년 내연녀에게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서 ‘강등’ 결정을 받았다. 국정원은 처분이 가볍다며 재심을 요구했고, 재징계 의결을 통해 이 씨를 해임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재심 청구는 적법 절차를 어긴 것이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기관장은 상급기관 징계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국정원의 상급기관인 대통령의 직속 징계위는 존재하지 않아서 재심사 청구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정원직원법 시행령은 징계위 의결보다 무거운 징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차로 징계 의결된 강등 조치보다 무거운 해임 처분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이 씨는 국정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2년 4월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그해 5월 이 씨를 복직시킨 뒤 곧바로 2009년 당시와 같은 이유로 다시 해임처분을 했다. 대법원 판결로 이전 징계가 무효가 됐으니 다시 징계를 의결하면 절차적 문제가 해소된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것은 징계 자체가 아니라 그 수위를 높인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1차로 징계 의결된 강등 조치보다 무거운 처분은 할 수 없는데도 다시 해임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징계 처분이 대법원 판결로 취소됐다고 다시 징계 의결을 요구해 이씨를 해임하는 것은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국정원이 오히려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셈이어서 정의 관념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밝혔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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