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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업과 본업 사이 ‘예술’을 찾은 작가들…
두산갤러리 ‘본업:생활하는예술가’展
“왜 우리는 돈이 없지?” 젊은 예술가와 큐레이터가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 예술가는 늘 배고픈 직업이다.

‘88만원 세대’ 예술가라는 것이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젊은 예술가가 배불렀던 적이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을 위해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젊은 큐레이터들은 동시대 작가들의 현실과 고민에 집중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성희는 “80년대에도 현실을 반영한 예술은 있었다. 다만 그때는 현실을 이슈로 택했다면 지금은 현실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어느 순간 예술활동(본업)과 부업의 경계가 모호해진 삶을 사는 작가들의 작품엔 그들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두산갤러리는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의 3회 참가자들이 공동 기획한 전시 ‘본업:생활하는 예술가’를 22일까지 개최한다.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3명의 큐레이터를 선정, 1년 동안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제3회 큐레이터 워크숍에는 이성희, 장순강, 홍이지가 선정돼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에 참가하는 네 명의 젊은 작가들(권용주, 안데스, 이수성, 이우성)은 모두 부업을 뛴다. 권용주는 전시장의 가벽을 만드는 일을 한다. 미술 생산자인 동시에 전시를 돕는 보조인력이라는 상반된 직업적 위치 사이에서 생기는 모호한 감정을 ‘만능벽’에 담았다. 전시기술자 고용에 인색한 ‘한국 미술기관의 기묘한 인력관계 속에서 파생된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기획자와 작가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는 작가의 고민이 드러난다. 

‘본업:생활하는 예술가’ 전시 전경. 왼쪽부터 안데스ㆍ이수성 ‘패배를 위한 기념비’, 이우성 ‘붉은 벽돌 위에 앉아 있
는 사람들’, 권용주‘ 만능벽’       [사진제공=두산갤러리]

안데스는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해 ‘매일매일 다르게 옷입기’라는 자신의 취미를 예술로 확장한 케이스다. 벼룩시장, 황학동 시장 등에서 싼값에 구입한 옷들을 색다르게 구성해 착용하고 그 결과물을 웹사이트에 올린다. 새롭고 비싼 상품들에 둘러싸여 잊고 지낸 생활 속 흔하게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잡아냈다.

이우성은 부업으로 성인 대상 미술지도를 한다. 3.45×12m에 달하는 그의 작품 ‘붉은 벽돌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사실 작가의 좁은 작업실에선 무리인 작품이다. 작업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높은 붉은 벽돌담에서 착안했다. 딱딱하고 견고한 벽은 천으로 변했고, 높은 벽 위엔 지인들을 앉혀 벽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수성은 보이지 않는 작가다. 미술작품 설치, 운송, 전시 디자인, 작품제작 보조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 설치를 위한 디자인과 제작을 본인의 작업으로 삼았다. 다만 그의 부업을 증명하는 메모와 드로잉이 벽면에 걸렸다. ‘짜장1, 간짜장5, 볶음밥1, 짬뽕밥1’ ‘오프닝 작가 내빈 간식 어떻게’ ‘동형원천 24750/ 용구수성원척 110550/ 이윤 100000’ 등 빼곡한 글씨는 전시가 오픈되기까지 노동의 흔적이 그대로 담겼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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