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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물로 본 한국사회의 뒤틀린 현실
빨간 도시
서현 지음
효형출판
 “꼭 닭장 같았습네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한 여성이 서울의 아파트를 보고 남긴 말이다. 남한의 아파트는 왜 북쪽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닭장 같았을까. 건축가 서현 한양대 교수의 건축사회학서 ‘빨간 도시’(효형출판)는 건축물을 한국 사회의 뒤틀린 현실을 바라보는 매개로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건축과 도시, 그리고 건축가가 처한 뒤틀린 현실에 대해 질문하고, 그 질문은 부메랑처럼 한국 사회에 대한 또 다른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저자는 씨족, 일제강점기, 북한, 반공, 군사ㆍ향락 문화, 경쟁, 거짓말, 과열, 월드컵 등 기형적인 건축에 새겨진 흔적들은 하나 같이 빨간색으로 수렴한다며 한국 사회를 ‘빨간 도시’로 정의한다.

저자는 닭장 같은 아파트의 모양을 ‘씨족공동체의 해체’ 측면에서 바라본다. 경제적 기회를 찾아 매일 같이 밀려드는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한 주거시설이 현재의 아파트이다 보니 외양과 그 안에 담을 삶은 고려 대상에 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저자는 현재 예식장과 장례식장의 형태는 ‘씨족공동체의 재결합’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집안의 위세를 보여줄 수많은 하객과 화환을 담아야 하니 결혼식장의 로비는 비대해졌고, 로비에는 바로크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화려한 조각과 장식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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