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건축문법 뒤집은 비정형의 진수…아시아 디자인 미래를 만나다
베일 벗은 디자인 패션 메카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3월 개관…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하디드도 인정한 한국 시공의 저력…서울패션위크·간송미술관 특별전 등 올 전시 풍성


‘불시착한 우주선’ ‘해괴한 비행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은색 생명체’…. 옛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Dongdae moon Design Plaza & Park)를 표현하는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DDP가 오는 3월 21일 개관을 앞두고, 지난 10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내부를 공개했다. 2009년 4월 공사를 시작했으니, 지난해 11월 준공까지 약 4년반이 걸렸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둘러본 DDP는 현시대 건축 문법을 뒤집는 ‘시대를 앞서나간 건축’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몇 년만 지나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확실히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익히 알려진 대로 DDP는 세계적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했다. 건물 내부는 유선형 외관을 그대로 닮았다. 기둥 하나없이 유려한 곡선을 자랑한다. 지하 3층, 지상 4층, 연면적 8만6574㎡ 안에 5개 공간(알림터ㆍ배움터ㆍ살림터ㆍ디자인장터ㆍ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있고 전시장 등 15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3개 동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지만 내부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일반적인 ‘동’ 개념을 적용하긴 힘들다.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층수를 가늠하기 어렵다. 전시실을 둘러싸고 있는 길이 533m의 ‘디자인 둘레길’과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연결된 유선형 계단은 사각박스 형태를 벗어난 ‘비정형’ 건축으로 유명한 자하 하디드식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흰색 석고로 마감한 내부는 최대 높이 29m에도 불구하고 생물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아늑한 느낌마저 준다.

비정형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크기인 DDP는 한국 시공의 저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곡선형 마감을 위해 외장 알루미늄 패널 하나하나를 다 다르게 제작했다. 전체 4만5133장의 패널 중 단 한 장도 같은 것이 없다. 비정형 건축을 추구하는 자하 하디드 건물은 시공이 어렵기로 악명 높다. 해외 유수 국가에 지어진 그녀의 작품 중 일부는 패널과 패널 사이 이가 어긋나거나 마감이 고르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이에 반해 DDP는 건축적 완성도가 높아 하디드 쪽에서도 만족감을 표시했을 정도다. 

총 4만5133장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한 DDP의 외관. 전체 패널 모두 크기나 휘어진 각도가 다 다르다.

▶논란 넘어 디자인 패션 아시아 최고 메카로=사실 DDP 건설은 2006년 8월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및 대체 야구장 건립 추진계획 수립’을 기점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2007년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이 현장설계 당선작으로 선정됐을 때부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내지 못했다’ ‘무엇하는 공간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총 4840억원(건립비 4212억원, 운영준비비 628억원)이 사업비로 소요됐다는 점도 논란을 일으켰다.

DDP의 운영을 맡은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러한 논란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이에 재단은 ‘세계 디자인 트렌드와 디자인 혁신사례를 소개하는 장이자 대한민국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시민과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Design with People)’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새로운 생각, 다양한 인재,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창조산업의 알림터, 미래인재 배움터, 열린공간 일터를 지향하며 24시간 활성화, 60개 명소화, 100% 자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백종원 대표는 “올 연매출 321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비정형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는 ‘디자인 둘레길’. 전시실을 둘러싼 나선형 형태의 오르막길로 총 533m에 이르고 지상 4층까지 연결돼 있다.

▶디자인 전시ㆍ포럼 ‘풍성’=서울디자인재단은 올해 패션과 스포츠, 디자인이 연계된 전시를 준비했다. 패션 클러스터인 동대문시장, 옛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선 DDP의 위치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자연스러운 조화를 추구하기 위한 포석이다. 개관일인 3월 21일부터 일주일간 서울패션위크를 시작으로 런던디자인박물관의 ‘스포츠와 디자인’전,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 소품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엔조마리’전, 바우하우스의 전통을 이어 최초로 체계적 디자인 교육을 시작한 울름조형대학의 역사 및 디자인 철학을 볼 수 있는 ‘울름조형대학’전 등이 열린다. 또한 1년에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아 미술 애호가들을 애달프게 했던 ‘간송미술관 특별전’도 준비됐다. 한국 디자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간송의 국보급 소장품이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국제적 포럼과 심포지엄도 열린다. 정식 개관 전인 3월 12일에는 ‘자하 하디드’ 포럼이 예정되어 있고, 엔조 마리는 3월 22일에 강연을 한다. ‘울름조형대학’전에 맞춰 디자인 콘서트 및 강연도 준비돼 있다.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디자인 포럼인 ‘헤럴드디자인포럼’이 10월 30일에 오픈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디자인재단 관계자는 “디자인과 패션을 중심으로 하되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 콘텐츠를 다룰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